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2개월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결정하면서 대선정국도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는 대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지만, 여야 모두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특별사면 복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31일 0시를 기점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1737일만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문 대통령 특별사면 결단을 촉구해왔다.
다만 대선을 앞둔 '전형적 갈라치기'라며 특별사면 시기와 결과에 대해선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대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크게 친이명박(친이), 친박근혜(친박) 계로 구성돼 있다. 윤 후보 캠프에는 친이계 출신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통합과 화합'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건강 문제'를 고려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것에 대해선 “두 분은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비리 혐의로 수감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전까지 특별사면 조건으로 내걸었던 '국민적 합의'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았다. 문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대선과의 연관성을 경계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면서 문 대통령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도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도 청와대와 사전 협의는 물론, 언론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 이 후보도 “알지 못했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고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폭풍, 여러 갈등 요소 등을 대통령이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하신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대선 영향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할지 불리하게 작동할지는 잘 판단이 안 서고 있다”고 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친문 결집을 절실한 이 후보에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몰랐다는 것은 친문진영, 지지자들에겐 문 대통령이 이 후보와 아직 선을 두고 있다는 메시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 친문의 지지를 완전히 받지 못하는 이 후보에게 호재로만 볼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후보, 송 대표 등 후보 및 당은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의 논의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아마 이번 사면이 미래 지향적으로 통합에 기여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발표한 입장문에도 반대하시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리기도 했다. 이것이 통합을 이뤄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잘 풀어가는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