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벤처 펀드 결성액은 2019년 대비 2조3243억원(약 54.8%) 늘어난 6조5676억원이며, 신규 결성된 조합도 역대 최다인 206개로 집계됐다. 역대 최초로 6조원을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종전 최대 결성 실적인 2018년 4조8470억원을 경신한 수치다. '제2 벤처 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벤처투자 규모가 매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비수도권은 이러한 벤처투자 활성화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모태펀드 투자액의 70.3%가 수도권 기업에 집중됐다. 지방기업 투자액은 5대 광역시 9.3%, 나머지 지방은 8.2%에 불과하다.
특히 광주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모태펀드 투자액은 5대 광역시 가운데 울산(0.4%)에 이어 최하위(0.6%)다. 비슷한 시기에 있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발표에서도 광주지역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2016~2018년 3년 동안 벤처캐피털(VC) 평균투자액의 20% 이하를 보이고 있다. 창업 초기기업의 성장 촉진을 위해 자금 및 멘토링 등 투자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AC) 등록 현황 역시 전국 347개사 가운데 광주는 단 9개사(2.6%)에 그쳤다. 이는 전국 188개 창업투자사 가운데 광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창투사는 1개뿐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광주에는 투자할 만한 기업이 별로 없다'는 관련 업계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AC인 엑센트리벤처스, 페이스메이커스 등과 함께 올해 광주에 본사를 둔 VC 2개사가 법인 설립과 중기부 등록을 추진하는 등 민간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광주시가 유치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엔젤투자자, AC, VC가 주목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투자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기업을 위한 투자 펀드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 AI 투자펀드(1098억원), 영호남 지역균형발전 특구펀드(190억원), 대학창업 뉴딜펀드(40억원) 등 펀드를 잇달아 조성했다. 광주시는 호남엔젤투자허브 펀드(50억원)에도 참여, 광주기업 투자액 273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광주시가 지난해 말 조성한 AI 투자펀드도 결성 1년 만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총 조성금액 1098억원의 절반인 586억원(53%)을 집행했고, 이 가운데 광주기업 11개사에 연계투자를 포함해 총 625억원을 투자했다. 잇단 투자 집행으로 펀드 조기 소진이 예상됨에 따라 새해에 1100억원 규모의 AI 2차 펀드 추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는 투자 활성화의 중심 역할을 할 AC, VC 19개사로 '광주 민간투자자 협의체'를 발족해 지역 투자 유망기업을 공동 발굴하고 있다, 지역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출자 협력, AI 분야 우수기업 지역 유치를 위한 투자자 간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광주테크노파크도 시정 기조에 발맞춰 지역 유관기관 합동으로 두 차례 대규모 투자유치설명회(IR)를 개최했다. 지역 기업 8개사가 참여한 IR 행사에서 VC 직접·공동 투자, 추가 투자까지 합쳐 총 453억원을 유치했다. 상장 후보 기업 17개사 대상으로 기술특례상장 신청을 위한 노하우 전수와 상장 추진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간담회, 코스닥 상장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새해에 3개사가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간투자자가 자체 자금으로 투자를 지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투자자가 AI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직간접적인 출자를 통해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성공사례를 통해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투자액을 운영할 수 있는 VC와 AC를 집중 유치, 실리콘밸리와 같은 투자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투자도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윤승호 광주테크노파크 투자·일자리센터장 shyoon@gj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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