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현대차가 29일 조용하지만 바쁜 54번째 생일을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새해를 앞두고 밀린 생산 물량 대응과 모빌리티 신사업 준비, 경영상 리스크 해소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차는 창립기념일인 이날 별도 행사 없이 평소처럼 정상 근무했다. 조합원에게 주는 창립기념일 연차는 연말 상황을 고려해 31일 휴무로 대체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연말에도 새해 사업 계획을 점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정 회장은 글로벌 광폭 행보에 나서며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주요 사업장을 수차례 방문해 현지 생산·판매 현황을 챙겼다. 직접 투자한 모셔널과 보스톤다이내믹스 등을 찾아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신사업 추진에도 힘을 실었다.
젊고 역동적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세대교체도 마무리 지었다. 이달 17일 임원 인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03명을 신규 임원으로 발탁했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을 40대로 채우고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분야 임원을 전진 배치하는 등 능력 중심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경영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공급 차질 영향을 줄이기 위해 생산·판매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주력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올해 초 제시한 연간 실적 전망치를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조정하기도 했다. 대신 자동차 부문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보다 상향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새해 현대차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정 회장이 강력히 추진해온 모빌리티 신사업에 대한 세부 로드맵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올해 현대차는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자동차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단계에서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전동화 전면 전환을 선언했다. 2023년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 2026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양산 등도 앞뒀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 내재화 등 세부 로드맵 발표 여부가 주목된다.
새해 과제도 많다. 당장 시급한 건 1년 치가 밀린 인기 차종 출고 해소다. 주말 특근을 시행하는 등 공장 가동률 향상에 힘쓰고 있지만, 출고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려면 2023년이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새해 경영 실적을 낙관하긴 어렵다.
경영상 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엮인 지배구조 개편과 지지부진한 서울 삼성동 GBC 신사옥 건립, 강성 집행부가 이끄는 노사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현대차 엔진 결함으로 인한 화재 관련, 기술 분석에 착수한 것도 리스크로 부상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은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는 새해 글로벌 신차 수요가 올해 전망치(8089만대)보다 6.1% 증가한 8586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특히 전기차는 올해보다 37%, 수소전기차는 70%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