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새해. 검은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 가운데에서도 검은 호랑이는 강인함을 상징한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호랑이를 신성하게 여겼다. 새해 우리나라 국운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미 국가 경쟁력을 높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딛고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시작한 K-콘텐츠 열풍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흐름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는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주요 국가들이 동참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적인 흐름보다 앞서서 기회를 포착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역할이 크다. 중단기의 큰 그림을 차근차근 이행하기 위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우선 우리나라가 공언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해야 한다. 오는 2030년 온실가스를 지난 2018년과 비교해 40% 줄여야 할 정도의 도전적인 목표다.
길게는 2050년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같은 청정 재생에너지 비율을 70%까지 높여야 한다.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 2030년 NDC와 2050 탄소중립을 정책에 구체화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부처에서 의욕적으로 정책을 설계하더라도 법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입법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수소법' '풍력발전 원스톱샵법' 등 국회에서 결론 내지 못한 법이 많다.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이미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중국도 조금 늦긴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가겠다는 목표는 분명히 했다.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한 걸음 내디디는데 우리나라만 따로 떨어질 수는 없다. 입법이 어렵다면 고시 개정 등을 통한 차선책을 미리 찾아야 한다. 검은 호랑이는 뛰어난 지혜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갖췄다고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 못지않게 영민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포착한다는 의미다. 정부에도 검은 호랑이 같은 영민함이 필요한 때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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