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과 미국이 35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투자에 나선다. 연간 500만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과 중국 장비업계의 정면 대결이 예상된다. 중국 장비의 품질 이슈가 불거지면서 한국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자신문이 미국과 유럽의 올해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분석한 결과 약 350GWh 규모의 전기차용 신규 공장이 신·증설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후 공정 장비와 설비 등에 역대 최대인 35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는 이미 사전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과 중국 장비업체 대상으로 현지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1년 새 저가로 발주한 중국산 업체의 장비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 기업에 쏠린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이 최대 주주인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가 대규모 발주를 앞두고 중국 W사에 시범라인 공정을 발주했다가 다수의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했다. 또 스텔란티스와 사프트의 프랑스 배터리 합작사인 ACC도 중국 H사에 배터리 공정장비를 발주했지만 품질 불량이 속출했다.
이후 관심은 한국으로 쏠렸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배터리 장비 발주를 앞둔 ACC, 노스볼트, 폭스바겐, 리비안 등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국내 업체와 세부 장비 구매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 상당액이 한국 배터리 3사 물량이라는 점도 국내 장비업체에 유리한 포인트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그동안 국내에서 손발을 맞춰 온 장비를 구매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 배터리 장비업체 관계자는 2일 “최근 노스볼트와 ACC 등이 중국산 장비 품질 저하로 생산 지연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작용으로 한국산 장비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공정장비 업계는 연합전선도 펼치고 있다. 전극제조, 조립공정, 화성공정, 믹싱공정 등 분야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턴키 방식 수주도 노리고 있다.
2022년 미국·유럽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 공장 및 증설 계획(자료:각사 종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