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0억원을 들여 만든 부산, 광주 e스포츠 경기장에서 1년간 열린 e스포츠 대회가 비 e스포츠 행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사업 본래 의도인 e스포츠 저변확대를 위해 더 많은 대회를 기획, 유치하는 등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생활문화로서 접근도 좋지만 e스포츠 경기장으로서 정체성이 희미해질 경우 목적을 잃은 세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일 이상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한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지난 1년간 34건의 e스포츠 대회를 치렀다. 같은 기간 진행된 기타 행사는 72건이다. 전체 행사 중 e스포츠 대회가 차지하는 비율은 32%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년 11월 18일 개관한 부산 경기장은 대회 19건, 기타 행사 60건을 진행했다. 대회 비중은 24%다. 집계 기간 동안 국제게임쇼 지스타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통상 대회 개최는 더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20년 12월 20일 개관한 광주 경기장은 e스포츠 대회 15건, 기타행사 12건을 소화했다. e스포츠 대회는 더 많았지만 작년 9월 개관한 대전 경기장의 11건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해도 e스포츠가 공간 영향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무관중으로 진행해도 모객에 영향이 덜한 만큼 e스포츠 경기장의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다양한 대회 기획과 유치를 통해 좀 더 많은 경기가 펼쳐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광주 경기장은 15건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오프라인 289명, 온라인 2169명이 참가하는 등 온라인 비중이 높았다. 이를 고도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정부 상설 경기장 구축 사업 목적은 e스포츠 저변 확대에 있다”며 “아마추어와 지역 주민이 자주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많아져야 효과적으로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다”고 말했다.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구축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중이 e스포츠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국 5개소 건설을 목표로 시작했다. 재작년 60억원(국고 30억, 자부담 30억)을 들여 부산, 광주 경기장을 개관했고 작년 9월 대전에 70억원을 들여(국고30억, 자부담40억) 건설해 운영 중이다. 연간 운영 예산은 4억원 수준이다. 4호 진주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은 올해 11월 정식 개장한다. 5호 계획은 취소됐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