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안전을 책임지는 헬멧 착용 의무조항을 삭제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56조에 따르면 헬멧 등 인명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서는 벌금 2만원을 개인에게 부과한다. 다만 자전거 운전자는 제외하고 있다.
서범수 의원(국민의힘)은 예외조항 문구를 '자전거 운전자 및 개인형 이동장치 성년 운전자'로 수정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도로교통법이 지난해 5월 개정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으로 제한된 만큼, 실질적으로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은 당초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건사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탓에 이를 막아보고자 했던 데서 출발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PM) 관련 사고는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으로 3년 사이에 7.5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한 신체 상해 부위는 머리와 얼굴이 52%를 차지했으며 심각한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뇌를 다친 사례도 11%에 달했다.
이용자도 헬멧 착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엠브레인에 녹색소비자연대가 의뢰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시민은 헬멧과 라이트 등 안전장치 규제 필요성을 1순위로 꼽았다.
업계 전문가는 이용자 보호는 물론 전동 킥보드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라도 헬멧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국가마다 주행 가능한 도로 상황이 다른데, 한국의 경우 전동킥보드는 차도 가장자리 차선에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모를 의무화하지 않을 경우 사업이 더 잘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결국 안전하지 않으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일본, 호주, 스웨덴, 싱가포르,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전동킥보드 이용 시 안전모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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