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가상자산거래소 CEO 좌담회]“이제 '업권법' 제정 필요…사업 불확실성 제거해야”

2021년 가상자산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유동성 증대,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나스닥 증시 상장 등 호재가 이어지며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800만명으로 늘어났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가 표심을 좌우할 정치권 현안으로 대두됐다. 특금법 시행으로 무법천지였던 시장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원화거래가 가능한 거래소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곳으로 좁혀졌다.

전자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거래소 대표와 좌담회를 가졌다.

새해에는 모든 가상자산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트래블룰' 적용 문제,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는 '업권법' 문제가 새로운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국내 가상자산 업계 대응 방향에 주목한다. 4대 가상자산거래소 최고경영자(CEO)를 전자신문이 만나 2022년 시장과 업계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4대 가상자산거래소 CEO 좌담회]“이제 '업권법' 제정 필요…사업 불확실성 제거해야”

[참석자(가나다순)]

△오세진 코빗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허백영 빗썸 대표

허백영 빗썸 대표.
허백영 빗썸 대표.

△사회 길재식 전자신문 디지털금융부장

◇사회(길재식 전자신문 부장)=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다.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어떤 부분이며, 올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이석우(두나무 대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장기화와 유동성 확대 영향이 컸다. 국내로 좁혀본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꼽을 수 있다.

2022년 디지털 자산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NFT,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이 활용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자산이 점차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투자' 대상일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 자체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허백영(빗썸 대표)=코로나19로 인해 작년부터 이어진 유동성 호황과 각종 투자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NFT와 메타버스, P2E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Web 3.0 이라는 개념 역시 논란 속에 논의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물리적 자산 가치가 더 인정 받아가고 있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2022년은 제도권에 진입한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사업 다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다. 각종 가상자산 서비스를 비롯한 투자 다양성, 편의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세진(코빗 대표)=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가 아닐까 싶다.

레거시 금융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유동성 확대,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 수요 증가 등도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투기보다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고 생각한다.

◇사회=새해 사업을 꾸려 나감에 있어서 중점을 두고 있는 계획이나, 구체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이 있는가.

◇차명훈(코인원 대표)=코인원이 이제 막 제도권에 들어선 만큼 거래소 시스템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신설한 AML(자금세탁방지)센터를 비롯해 개발 분야 전문 인력을 중점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코인원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과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월부터 트래블룰이 시행되기 때문에, 합작법인 CODE를 통해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중 본격적으로 라이브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소 시스템 안정화 및 트래블룰 준법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보다 안전한 투자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오세진=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리테일(개인 투자자) 위주지만 향후 성숙기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 유입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리테일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서는 주요 의결권자인 기관에 가상자산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최근 운영을 시작한 당사의 '리서치센터'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또 트레이딩 외에도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른 사업모델(ex. NFT, 메타버스 등) 활성화에도 주력할 것이다. 최근 미스터블루와 NFT 마켓 MOU를 비롯해 IP 기업들과 적극 협력함과 동시에 최근 투자를 진행한 SK스퀘어 사업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허백영='하던 것을 더 잘하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통상 가상자산거래소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블록체인 콘텐츠를 거래하는 역할에 가깝다. 여러 블록체인 상품 중 첫 번째인 가상자산이 주목받은 것뿐이다.

NFT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어떤 자산들이 2022년에 신조어 형태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WEB 3.0도 나오고 있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 빗썸은 하나의 백화점이다. 지금은 구두(암호화폐 매매) 하나만 들어와 있는 건데. 비어 있는 진열장에 NFT도 넣을 수 있도 또 다른 새로운 가상자산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자산들이 나오면 최대한 소개하겠다는 게 저희의 목표다.

◇이석우=최근 NFT 마켓과 메타버스 서비스를 오픈했다. 기존 사업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이 잘 확장되도록 여러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또 하이브와 함께 설립하는 조인트벤처 관련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 론칭이 될텐데, 그렇게 되면 활동 무대가 미국 등 해외로 넓어지게 된다. 글로벌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회=새해 3월부터 '트래블룰'을 모든 가상자산거래소가 적용해야 한다. 현재 업비트와 나머지 3사는 별도 대응 중인데, 앞으로 계획은.

◇차명훈=트래블룰을 준수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을 찾아봤을 때, 사실 적합한 것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국내 규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트래블룰을 준수하지 않으면 출금 자체가 금지되는 곳이 우리나라밖에 없다.

트래블룰은 글로벌 환경에서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이고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다양한 거래소, 솔루션 간 연동 논의는 필수인 부분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3 거래소가 컨소시엄을 이뤄 솔루션 개발단계부터 협업하고 선제적으로 연동함으로써 보다 빠르게 규제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코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연동된다면 트래블룰 도입으로 인한 투자자 불편함은 최소화하면서도 투자자들이 더욱 신뢰감을 갖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이석우=당초 4사가 같이 MOU도 맺고 했던 것처럼,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 끝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업비트는 싱가포르에 있는 제휴사가 보유한 '베리파이바스프'라는 솔루션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더 빨리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외부에서는 이를 대결구도로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땅을 팔 때 삽으로 파느냐, 곡괭이로 파느냐'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차명훈 대표와도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눴고 트래블룰 정착을 위해서는 각 거래소가 서로 어떤 정보를 주고받을지에 대한 협력만 이뤄진다면 충분하다. 비단 우리 4개사뿐 아니라 세계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정보가 공유돼야 트래블룰 적용이 가능하다. 툴의 문제는 비교적 덜 중요한 사안이다.

◇사회=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업계 업권법 통과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업권법 쟁점에서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하는 아젠다는 어떤 주제라고 보시는지.

◇차명훈=가상자산이 제도권에 들어온 만큼 업권법을 통해 시장 질서 확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가 어떤 의무를 가져야 하는지, 프로젝트 상장 시 거래소가 어떤 검증을 거쳐야 하는지, 거래소가 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구체화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세진=업권법에 대한 (정부의)스탠스가 가장 궁금한 상황이다. 영업활동을 함에 있어 다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 업이라는 것이 걸고자 하면 모든 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아니라고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다. 어떤 법도 저희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규제를 하나하나 명문화하기에는 리소스가 양 측에서 너무 많이 들어간다.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하는데, 리스크를 파악하고 법을 통과시키는 시간을 고려할 때 우리 소비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가,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가를 또 고려해야 한다.

업권 형태를 어느 정도 인정함과 동시에, 사업자 통합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권해석과 같은 경직된 개념이 아니더라도 된다. 어떤 이슈가 불거졌을 때 이를 테이블에 올려보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잘 조정됐는지 들여다보고, 그런 유연한 업권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금융당국 문턱이 조금 더 낮아진다면 편하게 찾아가 저희 의견도 전달하고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석우=업권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많은 분들과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이 있고 나서 관련 내용(법안)들이 여럿 나왔는데, 논의 과정을 거쳤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자본 시장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는 내용이 많다.

디지털 자산은 종류도 다 다르고 종류에 따라 다른 장려책과 규제책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 정의부터 추상적이다. 가장 중요한 게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다. 정의가 아직 안돼 있고 여러 이유들 때문에 자본시장처럼 규제할 수 없는데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논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백영=(업권법이 가장 먼저 다뤄야할 부분이) '평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상장이든 자산가치든 무언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그 주체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의미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 안에 있다. 이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근래에는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망각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상자산은 사업체도 사람도 아니고 말 그대로 자산이다. 자산의 가치는 시장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대한민국에서 '금의 가치는 제로, 무가치'라고 어떤 공신력 있는 단체가 평가한다고 해서 금의 가치가 없어지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가 여러 번 언급한 '도지코인'은 제작자가 장난으로 만들었다고 선언한 코인이다. 그러한 탄생 배경 때문에 도지코인이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에 대한 평가는 아주 특수한 경우(법정 다툼이나 경매)에만 유용한 것이다. 자산의 가치를 누군가가 연구해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사회=업권법 이슈 중 하나는 자율규제나 분쟁조정 등 기능을 가지는 법정협회 신설 여부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조치가 정부가 협회를 앞세워 그림자 규제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이와 같은 규제 강화 대신 업계 자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어떤 방안이 있을지.

◇허백영=암호화폐 산업만 특별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생각 같다. 은행은 어떻게 하는가? 증권사는 어떻게 하는가? 그들도 협회가 만든 자율규제안을 통해 규제를 하는가?

암호화폐 거래소가 마땅히 해야 하는 투자자 보호 활동에 대해서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을 하고, 그 외에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협회의 경우 본래 동일 산업에 있는 회사들이 모여 해당 산업의 문제점들을 자율적으로 이야기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모임이다.

협회 회원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자율규제안을 만들면 모를까, 협회가 앞에 선두에 서서 규제안을 만들고 회원사들에 따르라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회원사 요구를 잘 듣지 못하는 협회가 완장만 차려고 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이권다툼과 부정부패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이석우=가상자산 업권법은 '이용자 보호'와 더불어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 가상자산 사업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데, 초기 과도한 규제는 자칫 혁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불필요한 규제가 가상자산 산업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규제 탄력성이 확보돼야 한다. 업권법 기본 원칙 중심으로 최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하며, 당국 직접 규제와 자율규제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협회를 관리 감독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협회를 통한 자율규제 시장감시 체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특성상 정부가 모든 감독체계를 가져가는 것보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법정 협회 자율규제를 통해 유연한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질문과 같이 정부가 협회 업무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자율규제 기능을 가진 법정협회에 대한 최소한의 감독권만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거래소 차원의 자율적 심사 및 규제 노력도 존중돼야 한다. 업비트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거래 전반에 걸쳐 이상거래 모니터링,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비트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거래소들은 자체 거래지원 기준 규정을 만들어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거래지원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면 오히려 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거래소가 유사한 디지털 자산만을 거래지원하면서 시장이 침체될 우려도 있다. 이에 거래지원과 같이 현재 거래소들의 자율적인 규제가 이뤄지는 부분은 존중하면서 추가적으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한 가상자산거래소가 상당 기간 4곳으로 고착화됐다. 좋게 보면 시장이 정리되는 수순이나 대형 거래소의 시장 과점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중소형 거래소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지.

◇차명훈=코인원이 설립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은행과 협상은 항상 어려웠다. 규제가 없던 시기라고 해서 계좌를 더 쉽게 열어준 것도 아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정책적으로 계좌를 닫아 버려, 다른 은행을 찾아가서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설명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런 히스토리 속에서 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때문에 현재 은행과 관계를 정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명계좌를 한번 받았다고 해도 이를 지속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모든 거래소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저희도 해결하면서 데이터를 쌓아왔다. 은행을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진입장벽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허백영=큰돈을 다루는 회사들이 고객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를 보는 평가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실명계좌 발급이 공정한 평가에 의한 결과냐 하는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문제는 저희가 답변 주체로는 적합하지 않다. 당국이 답을 낼 수 있는 사안이다.

◇오세진=코빗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4대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받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상 보고서를 확인해 보면 국내에서 코빗보다 돈을 더 많이 번 거래소가 꽤 있다. 그렇기 때문에 4대 거래소만 살려줬다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은행도 사익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영업이익에만 근거해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코빗을 통해 증명이 됐다고 본다.

은행 입장에서도 쉽게 질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 예컨대 '오픈뱅킹 API' 사례처럼, 하나의 사익집단이 혼자 책임을 지는 형태가 아니라 업 전체가 무게를 나눠 가지는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이슈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이석우=특금법 상 신고수리를 받았다고 가상자산거래소가 제도권에 들어왔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자금세탁방지 보고 의무를 지는 주체가 됐다는 첫 스텝 정도다. 사석에서는 가상자산 업권법이 통과되고 허가 및 인가를 받아야 정식 비즈니스 라이선스가 된다는 얘기들을 한다.

4대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받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 지난해 9월 25일 첫 데드라인을 통과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 실명계좌를 받는 곳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점에서 이를 딱 잘라서 4대 거래소와 나머지로 구도로 보는 것은 너무 단면만 보는 것이다.

[4대 가상자산거래소 CEO 좌담회]“이제 '업권법' 제정 필요…사업 불확실성 제거해야”

◇사회=회사 규모 성장으로 개발자를 비롯한 인력 수급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각 사가 임직원과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회사 비전과, 회사가 지원자에게 추구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지. 또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자 및 학생들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석우=두나무는 연초 대비 100% 이상 인력을 충원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동료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인재가 우선이다.

두나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올해 많은 인재들이 지원하고 있다. 두나무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기 때문에 회사와 직원이 계속 협의하면서 인재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자 또는 학생들에게는 기준과 경쟁상대에 국경이 없음을 명심하라고 전하고 싶다. 눈앞에 보이는 변화와 현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세계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허백영=빗썸의 인재상은 △신뢰 △고객 △혁신 △최고추구라는 네 가지 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신뢰'는 높은 윤리의식을 뜻한다. 규제사업인 만큼 정직과 투명한 업무수행이 중요한 까닭이다. '고객'은 빗썸이 지향하는 사업 방향이다. 빗썸은 가까운 미래에 고객들이 가상자산의 모든 것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고객편의와 관련한 모든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혁신'은 블록체인 산업의 아이덴티티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회사의 일원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다. 마지막으로 '최고추구'는 빗썸이 글로벌 거래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배경이다. 빗썸은 늘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다.

이 네 가지를 하나로 합친다면 '변화의 선두에 서서 미래로 가는 길을 먼저 개척하는' 인재가 바로 빗썸이 추구하는 인재라고 말할 수 있다.

◇오세진=코빗은 2013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 거래소로서 우리나라에 가상자산을 처음 선보인 상징성이 있다. 또 메타버스, NFT 등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가상자산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새로운 산업을 소개한 것처럼 혁신, 신기술에 대한 탐구 의지가 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분이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코빗의 주주로 NXC, SK스퀘어 등 게임, ICT 기업이 함께하는 만큼 향후 사업 전개 시에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4대 거래소 간에도 선의의 경쟁과 협력이 필요한 단계라고 보인다. 각 사가 가장 자랑스럽게 강점으로 뽑는 부분이 있다면.

◇오세진=코빗이 강점으로 꼽는 요소는 제공 서비스의 '다양성'이다. 트레이딩 외에도 NFT, 메타버스, 리서치 등 블록체인 가상자산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고객에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창립 때부터 지켜온 보수적인 상장정책 역시 코빗 만의 강점이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양'의 개념이 아닌 '질(quality)'의 개념으로 지난해 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 당사의 이런 기조를 반영한다.

◇허백영=빗썸은 모두가 인정하는 '국내에서 가장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거래소'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24시간 통합고객센터로 확장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그 전에도 수년 동안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전담 창구를 운영하는 등 고객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거래소의 귀와 입이라 할 수 있는 빗썸 콜센터가 3년 연속 한국표준협회 우수 콜센터로 선정 받았다. 빗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말이 통하는 거래소'가 될 것이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얘기하자면, 빗썸 임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빗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빗썸은 관련된 업권법 등이 없는 상황에서도 지금보다 두세배 더 벌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고 국내 거래소 중 가장 엄격한 상장심사, 강력한 시세조정 방지 정책 등을 수익보다 우선해왔다.

말로 하면 가볍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빗썸 모든 임직원 개개인이 연봉이 두 배, 세 배가 될 수 있음에도 투자자를 보호하고 사회에 이로운 기업이 되는 것을 더 원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임직원들의 건전한 의식이 빗썸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석우=두나무는 증권플러스를 성공시킨 경험으로,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 최초로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비트는 서비스 기획단계부터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추구했다. 많은 이용자들이 모바일 이용 편의성에 반응했고 그 결과 현재의 업비트가 있게 됐다. 증권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수준의 속도와 안정성, 편리함은 물론, 글로벌 최고 수준의 보안에 따른 높은 신뢰도가 강점이다.

지난해 한 때 업비트 하루 거래량이 4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대응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폭발적인 거래 요청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트래픽 대응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업계는 손에 꼽힐 것이다. 최다 회원수, 최대 거래량을 소화하면서도 수준 높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인재와 기술력이 두나무의 자산이다.

◇사회=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차명훈=코인원이 단순히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투기를 조장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회사도 있겠지만, 코인원은 소비자에게 편익을 주면서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장 초기에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알리는 데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정보 비대칭이 심하던 시절 '상장보고서'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이 저희가 최초였고, 리서치센터를 따로 만들어 블룸버그에 보고서도 올렸다. 그것이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정보 자체는 과거보다 많아졌다. 다만 국내 학계에서 크립토커런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국내 연구실들은 정부과제를 받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록체인을 육성한다면서 암호화폐를 연구하겠다고 하면 예산이 안 나온다. 조만간 일련의 예산을 할당해서 크립토 관련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관련 논의가 학계에서 일어날수록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동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백영=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P2E의 경우,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노동으로 보기 어렵겠지만 엄연한 노동이다. NFT는 지금까지 가치를 일일이 책정하지 않았던 많은 물리적·비물리적 대상들에게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그로 인해 화폐나 자산이라고 하는 개념이 곧 새로 정의돼야 할 것이다.

만약 1억원짜리 '스니커즈 신발'을 자식에게 준다면, 이는 그저 남이 신던 신발 하나를 물려주는 것인가, 아니면 증여인가? 산업과 정부와 감독당국을 포함한 우리 사회는 앞으로 이러한 어려운 판단들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머리가 아프고 복잡하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을 과거의 시각과 정의 안에 묶으려고 한다면, 사실상 국가 경쟁력의 현격한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세대들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면서도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일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새롭고 이상하더라도 일단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며 정부, 당국, 산업이 같이 이야기해 나가면 난제를 풀 길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리=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