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검은 호랑이가 포효하는 2022년이다. 연말연시 호랑이가 그려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새해 복을 빌었다. 새해 아침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2년을 넘긴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변종 '오미크론' 국내 감염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뉴스가 새해 벽두를 장식했다. 미국과 유럽을 휩쓰는 오미크론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마음 한구석을 짓누른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우리 사회는 '코로나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소비가 얼어붙었고 경기는 곤두박질쳤다. 위기 타개를 위한 '제로금리'는 부동산 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소상공인과 서민이 벼랑으로 내몰렸다. 숫자로 나타난 경제지표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중반대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5% 상승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로 2년 연속 0%대를 보였다가 올해 2%대로 급등했다. 2011년 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망 문제, 국제유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이 소비 진작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어서 예후가 좋지 않다. 소비는 쪼그라들었는데 오히려 제품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경제불황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집값도 폭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13.25%로 2020년(7.04%)의 두 배에 육박했다. 경기도와 인천, 제주 등은 상승폭이 20%를 훌쩍 넘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12억원을 돌파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6억708만원) 대비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코로나 경기 부양을 위한 '제로금리' 정책과 시장 기대를 저버린 정부 정책이 최악의 국면을 연출했다. 집 없는 서민과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젊은이들은 사이에서는 '집포세대'라는 자조가 쏟아졌다.
문제는 올해다.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미크론' 변이로 촉발된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았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법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게 자연법칙이다. 물가나 집값도 영원히 오를 수만은 없는 법이다.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봤다. 바로 디지털 대전환이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시간을 건너 뛴 디지털 물결이 휘몰아쳤다. 미국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 페이델포드 부회장은 “코비드는 2030년을 2020년으로 가져온 타임머신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2022년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이 될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에 이어 탄소중립과 같은 지구환경 대전환도 예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리더십이 바뀌는 대통령 선거도 치러진다. 대전환의 시대가 거역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왔다. 한층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 우리는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이정표를 만든 저력이 있다. 선도국과 후발국에 낀 한국 제조업도 디지털 대전환으로 반전의 단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탄소 대전환도 당면한 도전과제다. 세계 각국은 이미 탄소중립을 새로운 무역 가이드라인으로 제정 중이다. EU는 탄소국경세까지 부과하겠다면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다. 미국 역시 세계 최고의 탄소중립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2022년 업무보고'에서 “사회·경제 구조를 탄소중립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탄소중립은 공장증설이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가치와 충돌한다. 기업과 국가경제에 고통을 수반한다. '환경기술'에서 디지털 대전환에 버금가는 획기적 발명이 뒤따라야 한다.
대전환 소용돌이는 미래를 가른다. 변화의 위기를 잘 넘긴 기업은 경영난에 빠진 경쟁사를 인수하며 승자독식을 굳힐 것이다. 국가 역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극명하게 갈라질 것이다. 잡아먹느냐, 잡아 먹히느냐의 치열한 전장이 2022년 펼쳐진다. 대한민국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느냐 고양이 울음에 그칠 것인가. 대전환의 속도가 운명을 가른다. 포스트 코로나 대전환 시대가 밝았다. 새 시대, 새로운 정부도 출범한다. 새해 첫날, 정보화에 앞서갔던 '빨리 빨리' 저력을 다시 떠올린다. 대한민국이 쾌속할 수 있도록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