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사 회장 "디지털 경쟁력 위기" 한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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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새해를 맞은 5대 금융지주사 회장이 일제히 인터넷은행과 빅테크로 인한 '디지털 경쟁력 위기'를 지목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금융지주 상위권을 뛰어넘은 것을 놓고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한 디지털 서비스는 금융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것이 주효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일 전 임직원과 공유한 신년사에서 이같은 점을 재차 강조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상당히 강도높은 자아성찰 메시지를 내놨다. 신년사 대부분의 핵심 키워드를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뒀다.

김정태 회장은 “우리는 숱한 변화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며 해마다 성장의 역사를 써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성과로 인해 '변화의 쓰나미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해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졌다”며 “메타버스, D2C, NFT, 마이데이터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낯선 용어는 나와는 상관없는 담당자들의 일이기에 금세 시큰둥해지고 변화에 무관심해져 갔다. 자산 500조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지만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태 회장은 해결방법을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찾자고 주문했다.

그는 “빅테크에게 없는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고객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금융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상담 서비스, 기업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서비스 등을 적극 추진하자”고 주문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일 임직원에게 새해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일 임직원에게 새해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신한 문화 대전환 프로젝트인 '리부트(REBOOT) 신한'을 추진하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형태를 근본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조 회장은 “과거 관행과 성공방식이 혁신 장애물이 되고 지난 영광의 안일함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고객은 이제 금융사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며 “기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룹사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2022년 핵심가치인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당부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3일 시무식에서 올해의 KB Star 賞을 수상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사진=KB금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3일 시무식에서 올해의 KB Star 賞을 수상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사진=KB금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우리가 꿈꾸는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은 금융에 있어 'KB에 가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드리는 것”이라며 “자산·이익 면에서 격차가 크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KB가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얼마나 가치있고 잘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숙원사업인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우리금융그룹은 새해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 완성'을 올해 목표로 삼고 6대 경영전략을 내걸었다. 적극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WM(자산관리), CIB(기업투자금융), 글로벌 역량 강화를 꾀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 됐다”며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과감히 혁신하되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대에 걸친 고객이 일상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업권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 허용과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시대와 함께 종합금융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금융의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그동안 잘해온 사업 모델·운영방식도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며 “상품·서비스 개발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내부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까지 고객관점에서 전면 혁신해달라”고 당부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