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국양)은 김규형·문제일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공동연구팀이 냄새 물질 농도에 따라 같은 향기와 악취로 느끼고 반응하는 동물의 신경학적 기전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향후 인간의 복잡한 후각 처리에 대한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수는 적당히 뿌리면 향기로 느껴지지만 너무 과하면 악취로 느껴지기도 한다. 동물은 여러 후각물질에 대해 특정 농도에서는 이끌리지만 다른 농도에서는 회피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농도에 따른 후각행동 전환의 분자적 기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DMTS(다이메틸트라이설파이드)라는 황화물에 대한 선충의 후각행동에 대해 연구했다. DMTS는 오래된 김치에서 나는 냄새 성분으로 연구팀은 선충들이 저농도 DMTS 냄새에 대해 선호반응을 보이지만 고농도일 경우에는 회피반응을 보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DMTS 황화합물 냄새를 맡지 못하는 돌연변이 선충을 찾아냈고 이 돌연변이는 'SRI-14' 이라는 후각수용체가 망가져있음을 확인했다. 이 후각수용체는 선충의 고농도에 대한 회피반응과 저농도에 대한 선호반응 모두에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또 SRI-14가 어떤 신경세포에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유전학 및 신경생물학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저농도와 고농도 DMTS를 각각 감지하는 특정 감각신경세포가 존재함을 찾아냈다.
예쁜꼬마선충 머리에 위치한 개재신경세포는 인간 대뇌피질처럼 감각정보를 통합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선충의 개재신경 하나가 DMTS를 감지하는 각각의 감각신경세포에 연결되어 있고 저농도와 고농도 DMTS 신호를 받아 처리해 궁극적으로 농도에 따른 적합한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로써 냄새물질의 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수용체가 존재해 반대되는 후각행동을 유발한다는 기존 학설을 깨고 한 개의 수용체가 모든 농도를 감지하고 이 정보가 하위신경회로에서 처리되어 후각행동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김규형 교수는 “동물이 어떻게 같은 후각물질 농도를 구분해 내는가에 대한 질문에 단초를 제시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했다”며 “이번 연구가 사람이 동일한 냄새물질에 대해 그 강도를 어떻게 구분해 내는가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복잡한 후각 처리에 대한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DGIST 뇌·인지과학전공의 최우찬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김규형·문제일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돠는 최근 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 저널 '커런트 바이올러지'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