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우리 삶 속에 들어온 메타버스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메타버스'일 것이다. 온라인 기업들은 물론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까지 앞다퉈 메타버스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기까지 했다.

당연히 메타버스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반면 메타버스 역시 또 하나의 명확한 실체가 없는 유행으로, 생각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세컨드 라이프' 열풍 등 사례를 들면서 말이다.

누군가 메타버스 시대가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미 2019년경부터 시작 됐다고 대답할 것이다.

2019년 MBC 연예대상 신인상은 유재석이 수상했다. 정확한 수상자는 유재석이 아닌, 유재석의 캐릭터 중 하나였던 유산슬이었다. '유재석이 웬 신인상?'이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시청자 대다수는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현실 세계 속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나를 의미하는 '부캐'(부캐릭터)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대중은 이미 메타버스에 적응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김 앱애니 부사장
데이비드 김 앱애니 부사장

메타버스 도입이 가장 용이한 분야로 게임이 거론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부캐'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곳은 바로 게임 산업이었다. 게임을 더욱 즐겁게, 다양하게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의 메인 캐릭터 외에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사용자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실제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 상에서 소비자 지출액 역시 2019년에서 2020년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Z세대가 주로 견인했고 가상의 공간과 캐릭터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일상과도 비슷하게 이미 익숙해지고 있다.

현재는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초석을 다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레고 조각과 같은, 어떻게 보면 현재 그래픽 기술과는 동떨어진 그래픽을 제공하는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 기술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Z세대 소비 계층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생긴 것에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 속에서 감성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생긴 것이다. 한때 시대를 휘어잡았던 '싸이월드'의 부활을 반기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메타버스의 또 다른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 참여가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자발적 참여가 메타버스 활성화와 룰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메타버스에 참여한 사용자들이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으며, 어떤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즉 메타버스 시대에 걸맞은 'P2E'(Play-to-Earn) 모델 개발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며 사용자 각각 개성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할 것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활용도 암호화폐라는 명제가 붙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는 있지만,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하는 데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기업 운영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소비자 요구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물리적 공간은 체감상 줄어들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닫힌 공간의 출구로서 가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여러 가지 도전과제들이 존재한다.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구현된 메타버스 수준은 훨씬 더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기술 관점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관점에서도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수익화라는 측면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전략이 준비돼야 한다. 현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 테크 기업들이 보다 나은 메타버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것은 반길 만하다.

메타버스 시대는 이미 왔다. 메타버스 혁신이 미래의 우리 삶을 얼마나 바꿔 놓을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데이비드 김 앱애니 부사장 dkim@appann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