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미국 사례로 본 유료방송 산업의 미래

[ET시론]미국 사례로 본 유료방송 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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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료방송은 미약하게나마 성장 중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체 방송시장 규모는 약 18조원 수준이다. 전년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성장의 질(質)이다. 지상파는 총 매출이 전년 대비 소액 늘었지만 핵심 수익 모델인 광고는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는 처음으로 매출이 2조원 아래로 떨어지고 고객이 납부하는 수신료 비중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외형은 조금씩 성장하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성장 동력이 꺼져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료방송 시장은 대부분 국가에서 성장이 정체되거나 시장이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가 활성화되면서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OTT사업자가 유료방송 사업자를 넘어 주요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가 되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 OTT 국가인 미국은 유료방송과 가입자 기반 유료 VoD(SVOD),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사업자가 혁신을 통해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 진입한다. 전통 지상파방송 사업자, 방송채널 사용사업자(PP)뿐만 아니라 장르나 연관 분야에서 OTT 서비스에 진출했거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에서 가장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요금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다. 딜로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OTT를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료 방송에 비해 현저히 낮은 요금을 들 수 있다. 미국 OTT서비스는 대부분 유료방송 이용료 대비 1/7~1/10 정도 가격이어서 확실히 소비자에게 선택의 유인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콘텐츠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도 두 가지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유료방송 플랫폼 이용료는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고 주요한 OTT플랫폼 이용 요금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내 OTT 시장 성장 속도가 유료방송을 넘어선 것은 비슷한 가격의 유료 방송과 비교했을 때 유료방송에 유통되는 콘텐츠 품질이 우수하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은 콘텐츠 품질이 이용자 수요와 얼마나 맞닿아 있고, 지불이 가능한 수준에서 최고 콘텐츠를 만나게 해 주는지가 결국 경쟁력의 핵심이다.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이 워낙 비싸서 OTT 가격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OTT가 '가격도 저렴하고 볼만한 것도 많은' 서비스라면 국내에서는 '가격은 비슷하지만, 콘텐츠 품질 차이가 매우 큰 서비스'로 인식할 수 있다. 가성비에서 유료방송이 OTT에 밀린다. 게다가 이동성이나 플랫폼 접근성도 OTT가 비교 우위에 있다.

이는 TV로 보는 콘텐츠 시청 시간 점유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TV는 전통적으로 '방송'을 보는 매체였다.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시청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미국에서는 그런 지위를 내려놓았다. 미국 미디어 전문기관인 허브 엔터테인먼트 리서치(Hub Entertainment Research)가 미국인 중 매주 한 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성인 1616명을 조사한 결과, 어떤 플랫폼 서비스를 TV에서 이용하는가라는 질문에 OTT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이 유료방송 플랫폼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을 크게 넘어섰다. TV 이용시간 점유율에서도 2019년에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확연하게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약 70%가 TV를 통해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TV 이용자는 OTT서비스를 TV 기본으로 설정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TV를 켜자 마자 전통적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가 아닌 OTT가 기본화면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OTT서비스가 기존의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을 제치고 TV의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OTT가 보편적인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말할 날이 곧 다가온다는 것이다. OTT 서비스가 유료방송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TV기본 설정은 곧 플랫폼의 충성도를 대변하는 변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서비스의 대단히 큰 위기가 곧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띄는 현상은 아니지만, 조만간 겪게 될 미래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가성비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무엇을 선택할지 답은 자명하다. 다행히 정부도 이를 잘 파악하고 유료방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를 폭넓게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OTT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보다 전면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OTT를 방송시장 관점에서 규제할 것이 아니라 방송시장의 규제를 OTT 산업 정도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특히 편성 자율성 마련을 통해 콘텐츠 투자의 선택권을 폭넓게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고, 시장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역시 미국 조사 결과를 간과하지 말고 심도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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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김용희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에서 많은 연구와 기고를 하는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TF에서 활동하면서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 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