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패션·뷰티, 부동산 및 인테리어 관련 분야 스타트업이 뜨고 있다. 이른바 '의·식·주' 스타트업이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는 중이다. 벤처캐피털(VC)이 투자를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각 분야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비상한 관심을 보여 주목된다. 코로나19 안팎으로 인한 소비생활 변화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특히 의식주 분야는 소비자와 밀접한 만큼 그간 대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해 온 영역이다. 기존 전통 방식의 판매 채널로는 영역 확대에 한계를 느낀 대기업이 저마다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의식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에 한창이다.
◇유통업계가 주도하는 코로나 시대 벤처투자
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CVC) 가운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단연 유통업계가 꼽힌다. 롯데그룹의 롯데벤처스, CJ계열의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신세계 계열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비롯해 GS리테일 역시 내부 CVC조직을 통해 유통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투자 영역도 다양하다. 프레시지와 마이셰프로 대표되는 밀키트부터 배양육, 식물기반 식음료 등 대체식품과 건강기능성 식품까지 이른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주요 유통업체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벤처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GS리테일,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등은 일제히 앵커애쿼티파트너스(앵커PE) 지분 매입 이전부터 프레시지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비건버터를 만드는 글로벌 스타트업 '미요코스 크리머리', 식물 단백질과 대체육을 각각 개발하는 '플렌터블'과 '시오크밋' 등에 투자했다. 저마다 다양한 제품군 확대를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한창이다.
유통업계의 스타트업과 협업은 단순 제품군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물류부터 배송까지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영역으로 전방위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발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온라인보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에 대한 전략투자가 이어진다. GS리테일은 앞서 배달대행 업체 메쉬코리아에, CJ그룹은 바로고에 투자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발 유통 스타트업 투자 역시 전통 유통업체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앵커PE는 버섯 재배 및 판매업체인 대흥농산, 식자재 유통업체 화미 등 관련 업체를 차례로 인수한데 이어 프레시지까지 인수했다. 프레시지를 중심으로 관련 스타트업을 연이어 사들이고 있다. 앵커PE는 컬리에도 2500억원을 투자했다. 미니스톱 인수전에도 이름을 올리며 이마트24와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국내 전통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유통업의 구조를 만들어 최종 매각하는 것이 회수 전략이 될 것”이라면서 “기존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경쟁을 위해서는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 유니콘 등극에 패션업계도 스타트업 접점 확대
패션·뷰티 분야 투자도 불이 붙었다. 스타일테크라는 이름으로 패션은 물론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 대기업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신생 패션 플랫폼이 투자 열기를 주도했다. 특히 무신사가 벤처캐피털 투자를 계기로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서면서 대기업도 유망 패션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
이커머스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가 지그재그에 투자한 데 이어 신세계의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에이블리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에이블리는 약 8000억원 안팎 몸값으로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분야 역시 대기업의 벤처투자가 활발하다. 패션기업 F&F(에프앤에프)는 기존 회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패션)로 분할해 지주사를 전문 투자 회사로 육성하고 있다. IMM 스타일 벤처펀드, M&F 패션펀드 등 패션 관련 펀드에 출자자를 확대하고 있다. 무신사, 스타일쉐어, 원단 전문 플랫폼 패브릭타임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CJ온스타일 역시 패션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명품 해외 직구 플랫폼 애트니(ATNY) 지분 6% 이상을 사들였다. 가상 사이즈 측정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아이딕션'에 대한 투자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이 패션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덩달아 투자 규모가 급증하는 중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패션·뷰티분야에 대한 투자는 총 1355억원이 이뤄졌다. 지난 6개월 중 가장 큰 규모다. 11월에도 566억원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은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은 32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부동산 넘어 인테리어로, 프롭테크 넘어 콘테크로
프롭테크 분야도 투자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업체 알스퀘어에 850억원을 투자했다. 공유 미용실 로위를 운영하는 벤틀스페이스도 35억원, 반값 수수료를 제공하는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윈프로퍼티도 30억원 규모 투자를 지난달 유치했다.
특히 알스퀘어의 경우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향후 상업용 부동산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최근 IMM PE로 매각된 한샘 역시 인테리어 시장 확대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매물을 다양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의집, 인스테리어, 집꾸미기 등 인테리어 온오프라인(O2O) 연계 플랫폼은 물론 3차원 공간을 데이터 또는 메타버스로 구현하는 증강현실(VR) 업체 등 프롭테크 연계 산업 전반에 대한 벤처투자업계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혁신기술의 도입이 더딘 패션이나 설계·시공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적 성장성이 큰 스타트업 기술을 적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단순 중개 플랫폼에서 건설과 기술을 결합한 콘테크 역시 기대해 볼만 하다”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