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각과 기억으로 존재하는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이 발생하는 심리장애, 정서장애는 모두 불편한 생각을 조절하지 못한 이유가 많습니다. 생각과 기억에 대한 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김구태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연구그룹 박사는 뇌에서 기억이 생성되고, 어떻게 저장되고 변경되는지, 망각과 같은 현상이 뇌 어떤 변화와 작용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뇌 연구 전문가다.
김 박사는 현재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인간 기억, 망각, 생각의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감각을 통해 생성된 정보가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정서장애와 같은 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에도 몰입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은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2016년부터 미국 오레곤대에서 박사후연수연구원(Post-Doc)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그룹에 합류해 연구 활동하고 있다. 대학 시절 각종 우수학술 논문상을 휩쓴 그는 인간 오감을 통한 정보처리 과정을 중심으로 '생각과 기억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가령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시신경을 타고 뇌의 외측슬상핵을 지나 후두엽의 시각피질에 도착한다. 그리곤 물체 색깔, 모양, 움직임 등을 파악하고 각 부위별로 인지한 조각난 정보들을 합쳐 전체 이미지를 인식하게 되며, 이런 감각 정보가 편도체의 통제를 통해 감정이 결합된 생각으로 최종 생성된다. 이런 모든 과정은 뇌신경세포 간 전기적 신호작용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김 박사는 “생각은 기억을 떠올리는 회상을 통해서 일어나며, 뇌가 학습한 지식과 경험은 뇌속 해마를 거쳐 임시 저장되며, 중요한 기억과 정보는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분산 저장돼 망각되지 않는 장기기억으로 남게 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이론을 기반으로 미국 유진 오리건주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지난해 8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뇌의 해마에서 기억의 간섭이 어떻게 해소되는지를 fMRI 분석방법을 사용해 그 원리를 규명한 것이다.
김 박사는 현재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볼 때 나타나는 신경활동 패턴 정보에 대한 다양한 통계적 처리 과정을 통해 해당 사람이 보고 있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러한 신경적 표상 변화 기저에 있는 규칙을 파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사람의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데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 수요기반의 목적형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전체 네트워크 간 질서가 붕괴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고, 사람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 박사는 “현대사회가 고도화, 복잡화되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외부환경과의 단절현상 등 다양한 사회적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긍정적이며 올바른 생각으로 정상적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목적형 기초연구를 더욱 더 강화해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기능적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인간 기억, 망각, 생각의 원리를 규명
-
정재훈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