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적에도…DB손보, 770억 거액 브랜드 사용료 계약

2017년부터 DB아이엔씨와 계약
타계열사 대비 두 배 이상 지급
금감원, 과다산정 문제 삼아
경영유의 조치에도 개선 안해

금감원 지적에도…DB손보, 770억 거액 브랜드 사용료 계약

DB손해보험이 특수관계인 DB아이엔씨(DB Inc.)와 770억원 규모 브랜드 사용료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11월 동부화재에서 D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꾼 뒤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산정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고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DB손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이 개선 요구를 지속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10일 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DB손보와 DB아이엔씨는 2017년 11월 사명을 변경하면서 처음으로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최초 계약 당시 금액은 확인되지 않지만 2018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의 계약 조건을 보면 DB손보는 'DB' 브랜드 라이선스 사용료로 DB아이엔씨에 623억69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사용료 약 207억원이다.

DB손보와 DB아이엔씨는 지주회사 DB그룹 종속회사들이다. DB손보와 DB아이엔씨 간 지분 관계는 전혀 없다.

그러다 2019년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브랜드 사용료 과다 산정이 문제가 됐고, 금감원이 2020년 10월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개선을 요구했다.

경영유의 조치 후 금감원은 6개월 마다 이행 사항 점검을 위한 정리보고서를 제출받고 있는데 DB손보가 브랜드 사용료를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 측에서 브랜드 사용료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면 금감원이 재정리(재보고) 요청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재정리 요청 외에 금감원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DB손보가 매출액은 최대로 늘리고, 광고선전비는 축소했다고 보고 있다. 매출액이 커질수록 브랜드 사용료가 늘어나는 반면 광고선전비는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DB금융 네트워크 광고를 DB그룹 계열사끼리 분담하고 있어 매출액(영업수익)에서 광고선전비를 빼야 하는데도 일부만 감액해 매출액을 산정했다”며 “초과 수익 등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발생한다고 보기 곤란한 투자영업수익도 매출액에 포함해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부 평가법인이 사용요율을 산정할 때 회사가 자체 추정한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의 일부만을 신상표 가치제고 활동으로 인정하는 등 평가법인 간의 평가방식의 일관성이나 논리성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는데도 회사는 평가방식 적정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DB손보와 금감원이 옥신각신 하는 사이 DB손보와 DB아이엔씨 간 계약기간이 종료됐고, 작년 12월 28일 두 회사는 3년 짜리 재계약을 맺었다. DB손보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브랜드 사용료로 770억6700만원을 지출하게 될 예정이다. 연간 약 256억89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브랜드 사용료 과다 산정이라는 금감원 지적이 무색해진 셈이다.

금감원 지적에도…DB손보, 770억 거액 브랜드 사용료 계약

DB손보는 정당한 기준에 따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DB손보 관계자는 “금감원 경영유의 조치 후 바뀐 산정 기준은 없다”며 “금감원 요청에 따라 회계법인을 통해 브랜드 사용료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어 오는 6월 검증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DB아이엔씨의 연간 상표권 사용료 기본 산식은 '연간 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연간 광고선전비) x 사용요율'이다. 이때 적용하는 사용요율은 0.15%다.

DB아이엔씨는 다른 계열사인 DB생명, DB금융투자, DB하이텍과도 브랜드 사용료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회사와도 최근 3년 재계약을 했는데 DB생명 108억7200만원, DB금투 64억5000만원, DB하이텍 60억원으로 DB손보에 비해 금액이 적다. 전체 예상 지출 금액 1003억8900만원 중 DB손보 비중이 76.7%로 압도적이다.

김민영 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