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몸 밖에서 인체의 미세조직을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가시광선으로 미세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외기질을 빠르게 굳혀 제작 과정을 단축한 것이다. 미세조직을 대량생산할 수 있어 향후 체외진단의료기기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장진아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 교수, IT융합공학과 박예진 석사·석사과정 강병민 씨 연구팀이 미세조직을 별도 처리 과정 없이 생산할 수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가시광선을 쬐면 빠르게 굳는 광활성 탈세포화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를 이용한 결과다.
세포 밖에 존재하는 세포외기질은 세포와 조직 사이 공간을 채워주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3D 프린팅으로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 때도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이 들어간 바이오잉크가 활용된다. 세포를 보호해 프린팅 후 세포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든다. 혼합, 가교, 세척 같은 단계가 필요하다. 변형되기 쉬운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함이지만, 그 과정에서 물리적 자극이 불가피하게 동반돼 제작된 조직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바이오잉크 내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의 비중이 줄어들어 조직에 특이적인 미세환경을 조성하기도 어렵다.
교수팀은 가시광선을 쬐면 빠르게 굳는 광활성 탈세포화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를 개발한 바 있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면 기존 자외선 경화 방식보다 조직 내 세포를 덜 손상시키고, 몇 분이 걸리던 제작 시간을 수 초 내로 줄일 수 있다. 프린팅과 동시에 조직을 빠르게 굳게 해 조직 형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바이오잉크를 이용해 미세조직을 세포 배양액에 곧바로 프린팅함으로써 빠르고 간편하게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인공 간 조직에서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알부민이 분비되고, 인공 대장 조직에서는 내부 표면을 따라 점막이 형성되는 등 실제 장기의 특성이 나타났다.
장진아 교수는 “이번 성과는 생리학적 유사성을 만족하는 미세조직을 간단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체외진단의료기기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테크놀로지스'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