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21세기 원유로 급부상하고 IT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전 산업군에서 디지털전환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데이터 플랫폼들이 실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데이터사일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각 부서나 조직별로 다른 솔루션을 도입하다 보니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마케팅 솔루션 제공 업체는 세계적으로 80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업당 평균 16개 마케팅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터프라이즈 레벨에서는 무려 120개의 테크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채용 시장에도 반영돼 최근에는 마케터 역량 평가 항목 중 하나로 테크 툴을 얼마나 다양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지 확인하는 회사들도 많다.
테크 툴을 여러 개 조합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 여정을 예측하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트렌디하면서도 첨단화된 느낌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시간이 흘러 '데이터사일로' 문제가 누적될 경우 마케터들에게 많은 부하를 주어 결과적으로 심각한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불필요한 비용 소모와 피해로 이어진다. 데이터가 저장·관리되는 공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솔루션마다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고, 회사는 이 모든 과정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고 변환하여 다시 업로드하거나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데이터 불일치' 현상도 문제다. 로 데이터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수정이 쉽지만 실패 지점을 모르면 원인을 밝히는데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솔루션 내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왜곡된 인사이트'도 해결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고객 인사이트를 도출하려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해야 하는데 플랫폼 내 데이터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다른 워딩이 혼용될 경우 완전히 엉뚱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기업 내재화 비용도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마케팅 툴의 숫자가 늘어나게 될수록 담당자가 학습해야 하는 GUI 개수도 증가하고, 조직원이 충원되거나 바뀔 때마다 학습 비용도 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데이터 드리븐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은 크게 '베스트 인 브리드'와 '베스트 인 수트' 두 가지로 나뉜다. '베스트 인 브리드'는 목적에 따라 해당 영역 솔루션을 개별 구매해 활용하는 것이며, '베스트 인 수트'는 이미 통합된 올인원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이다.
브리드 방식은 목적별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심각한 데이터 사일로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데 추가적인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스위트 방식은 데이터 사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적인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각각의 목적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스위트 방식을 고려할 때는 플랫폼 기능별 완성도와 스택 상 커버리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스위트 테크 툴로는 파편화된 고객 행동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주는 CDP(Customer Data Platform)가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접목되어 CDP에 쌓인 고객 데이터를 학습하고, 고객 이탈을 사전에 식별하거나 구매를 예측하는 등의 기능이 탑재된 CDP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업과 서비스, 시장, 고객에 대한 명확한 인사이트 없이 단순히 플랫폼만을 도입해 데이터 사일로를 악화시키는 실수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플랫폼 특성을 이해하면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열쇠도 결국 실무자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지, 그런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달려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데이터 사일로를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손광래 아이지에이웍스 최고전략책임자(CSO)=ray@iga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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