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고혈압, 당뇨 등 주요질환 이상 재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확한 예측 없이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탈모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연간 1조원 이상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장과 업계 추산을 종합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이 중 300만명만 약값의 70%를 보험 적용 받아도 1년에 1인당 36만원(한 달 3만원), 총 1조원 이상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역임한 보건정책 전문가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건강보험 적용 구상을 밝히며 “연간 700억~800억원 정도로 예상돼 재정부담이 거의 안 든다”고 밝혔다. 윤후덕 민주당 정책본부장은 “현재 탈모약 시장 규모(민주당 추정 1500억~1700억원 수준)에서 계산을 해야 한다”며 “약이 건보에 채택이 되면 약값이 일부 저렴해지고, 거기서 본인 부담률을 얼마나 적용할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장의 약값이 130원인 경우, 건보가 적용되면 100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여기서 본인 부담률을 30%로 채택할 경우, 건보공단은 70원을 부담하면 된다. 윤 정책본부장은 “본인부담률을 몇 퍼센트(%)로 할지 정해야 하고, 약값이 얼마로 등재되는 지에 따라서 건보재정 부담 금액이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는 실제 탈모약 적용 인원이나 시장 규모 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추정치로 계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주장에 대해 “현재 처방을 받는 환자를 기준으로 예측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탈모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환자가 크게 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질환에 보험을 적용하면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미 입증된 통계이자 과학”이라면서 “탈모치료제 구입뿐 아니라 병원 처방 비용, (민주당이 검토 중인) 모발이식, 가발까지 합치면 재정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수요 예측이 어려운 곳에 건보를 함부로 적용하면 안 된다”면서 “미용에 가까운 분야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진료인원이 가장 많았던 만성질환은 고혈압으로 총 671만명이었다. 이들을 위해 8113억원 건보재정이 투입됐다. 333만명이 진료받은 당뇨병에는 6654억원을 썼다.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1조원 이상을 쓴다면 고혈압이나 당뇨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셈이다.
탈모보다는 한번 치료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드는 고비용 난치병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내 대형종합병원 관계자는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이 시간에도 치료를 포기하거나, 가계 재정파탄을 감수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이런 질환들은 환자 수가 적어 표가 안 되니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