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기업들이 선복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한대로 시베리아 철도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선복 부족 해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질 전망이다.
한 중견 화학업체 관계자는 “수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웃돈을 주면서까지 화물을 실어 나를 배를 수배하고 있지만,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현재까지는 급한 대로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유럽 수출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 시베리아 철도까지 가는 배편도 구할 수 없어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방법은 크게 해상 운송과 육상 운송 및 복합 운송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해상 운송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해상 수출길은 사실상 막혔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주요 항만에서 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면서 해운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해운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상하이 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109.60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SCFI가 5100선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던 2020년 초보다 5배 이상 급등했다. SCFI는 세계 15개 주요 노선 운임을 종합한 수치다. 지수가 높을수록 운임이 비싸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유럽 노선 운임도 7777달러로 26달러 상승했다. 역대 최고치다.
문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목 현상은 단기에 해소되기 힘든데다 세계 선복량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이 지난 1~2년간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2~3년 후에나 인도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선 글로벌 소비 회복까지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까지 해운 수요가 공급을 앞설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와 민간 해운업계는 힘을 합쳐 수출업계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물류비 및 특별 융자를, 국적 원양선사인 HMM 등은 임시 선박을 지원하고 있다. 타격이 큰 중소 화주에 대해서는 전용 선복량을 확대했다.
또 다른 수출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 지원 방안이 수반되고 있지만, 중견기업은 사실상 사각지대”라면서 “장기 운송 계약분을 제외한 스팟성 물량에 대해서는 수출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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