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자객처럼 암세포 찾아 집중 공격하는 약물 개발

국내 연구팀이 자객처럼 들키지 않게 암세포을 찾아가 집중 공격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김원종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생체 단백질인 알부민과 결합해 림프절 내 암세포를 제거하는 자가 희생 일산화질소 전구약물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원종 포스텍 교수
김원종 포스텍 교수

전구약물은 몸속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야 효과가 나타나는 약물이다. 일산화질소는 몸속에서 다양한 생체 기능을 유도할 수 있어 이를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이전까지 개발된 일산화질소 약물은 분자의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기체가 자발적으로 빠져나가 실질적으로 치료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약물은 몸속에서 선택적으로 반응해 일산화질소를 방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림프절로 빠르게 이동하는 알부민 특성을 이용해 전구약물이 림프절 내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했다.

a)는 환원반응성 일산화질소 전구약물과 응용(전달체와의 접합) 개략도, 또 산화환원으로 유발된 자가 희생에 의한 단편화 작용 원리. b)는 전이성 암 치료를 위한 환원반응성 일산화질소 전구약물의 림프 전달과 치료 과정 도식화.
a)는 환원반응성 일산화질소 전구약물과 응용(전달체와의 접합) 개략도, 또 산화환원으로 유발된 자가 희생에 의한 단편화 작용 원리. b)는 전이성 암 치료를 위한 환원반응성 일산화질소 전구약물의 림프 전달과 치료 과정 도식화.

실험결과 약물로 치료한 소동물은 그렇지 않은 소동물보다 림프절로 전이된 암세포 무게가 약 30배 적었다. 약물로 치료한 소동물이 85% 생존한 반면, 치료하지 않은 소동물은 14%만 생존했다.

이 약물은 기존 일산화질소 약물과 달리 물과 닿아도 저절로 분해되지 않아 보관하거나 운반하기 쉽다. 부작용도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약물을 구성하는 3-모르폴리노시드노이민 염산염이 이미 임상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알부민도 몸속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므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공동 1저자로 참여한 포스텍 김태정 씨
공동 1저자로 참여한 포스텍 김태정 씨

김원종 교수는 “자가 희생 일산화질소 전구약물로 일산화질소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며 “향후 암, 자가면역질환, 난치성 신경질환, 감염성질환 예방과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전략과제, 기초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옴니아메드와 포스텍 산학과제로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