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가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한 것인데 특히 저연령층, 고학력층에서 재택근무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근로자 중 114만명이 재택근무를 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9만5000명에 비해 12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임금 근로자 중 재택근무 이용자 비중도 훨씬 커졌다. 2019년엔 0.3%였던 비중이 지난해 4.2%로 불어났다.
재택근무는 개인 특성별, 일자리 특성별, 산업별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저연령층과 고학력층에서 재택근무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만 15~29세는 2019년 0.42%에서 5.82%로 늘었고, 30~54세는 0.51%에서 6.91%로 증가했다. 반면 55세 이상은 0.36%에서 1.86%로 상대적으로 재택근무 이용자 비중이 많이 늘지 않았다.
학력별로 살펴보면 고졸 이하는 2019년 0.18%에서 지난해 1.15%로 늘어난 반면 대졸자와 대학원 졸업자의 경우 각각 0.66%에서 8.54%, 1.30%에서 16.51%로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대기업 상용직(정규직)이거나 고숙련 근로자일수록 재택근무 이용 경험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인프라 등 대기업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잘 갖추고 있어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산업별 재택근무 비중은 정보통신(24.8%), 전기가스(18.4%), 금융보험(15.7%), 전문 과학기술(14.1%) 등으로 높았고, 숙박음식(0.3%), 보건복지(0.9%)는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주목할 건 재택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재택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은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1.8%, 8.2%를 기록한 반면 비재택근무자는 4.0%, 2.7%에 불과했다.
또 재택근무자가 1년 후 취업상태를 유지할 확률이 86.0%에 달하는 반면 비재택근무자는 74.9%로 조사됐다. 재택근무자의 고용안정성이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근로자보다 높은 것이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조사 결과, 2020년 1분기와 2분기 중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근무지 생산 영향을 각각 -2.9%포인트, -5.5%포인트 받았는데 같은 기간 이를 재택생산이 4.3%포인트, 1.0%포인트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재택근무가 GDP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가 꾸준히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봤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