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팹리스의 시제품 개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여러 팹리스의 연구개발(R&D)과 반도체 시제품 설계를 지원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생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팹리스 MPW 수요가 상반기에 몰렸지만 파운드리 양산 라인은 대부분 마감됐다. 팹리스에 제공할 MPW 생산라인이 부족해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반도체 공급 부족 핵심 품목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신제품 개발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된다.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가 반도체 설계, 설계자산(IP), 디자인서비스 등 국내 팹리스 72개사의 MPW 수요·시점을 조사한 결과 올해 총 174건의 MPW 계획이 잡힌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이 중 63%인 110건이 1분기와 2분기에 예정됐다. MPW는 파운드리 공정 라인 일부를 활용해 웨이퍼 한 장에 여러 반도체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으로, 팹리스 신제품 개발에 꼭 필요하다.
상반기에 집중된 수요는 팹리스가 파운드리 MPW 라인을 서둘러 선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작년 반도체 시장에서 수요 급증으로 파운드리 병목 현상이 발생, 생산능력(캐파)을 100% 가동할 정도로 여유가 부족했다. 팹리스가 시제품 개발을 앞당기려면 MPW 라인을 긴급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별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을 위한 첨단 공정(28나노 이하)과 PMIC, DDI 등을 제조하는 레거시 공정(130나노 이상) 수요가 대폭 상승했다. AI 반도체 개발 기업이 잇달아 등장하고 PMIC, DDI 등 일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확대된 영향이다. MPW 수요는 첨단 공정 경우 삼성전자, 130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은 DB하이텍과 키파운드리에 각각 몰렸다. DB하이텍과 키파운드리 MPW 수요는 전년 대비 2.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MPW 수요는 급증했지만 이를 제공할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파운드리 4사(삼성전자,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키파운드리)는 2분기까지 공정 예약을 완료했다. 일부는 올해 전체 파운드리 서비스까지 마감했다.
이에 따라 MPW도 병목 현상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MPW 수요가 몰린 상반기는 공급과 수요 미스매칭으로 국내 팹리스 시제품 개발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는 “중소 팹리스가 요구하는 레거시 공정(8인치)에 대한 파운드리 투자 부족으로 MPW 물량 확보에 큰 애로가 발생했다”면서 “일부 8인치 공정 파운드리에서 생산능력 부족으로 MPW 축소를 예고하고 있어 중소 팹리스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는 시장 수요에 대응, 최대한 MPW 라인 할당을 고려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를 팹리스 업계와 소통할 창구로 두고 정기적으로 시장 수요를 파악, 이를 MPW 계획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키파운드리도 팹리스 업계와 협력, MPW 운영을 유연하게 조정할 방침이다. DB하이텍은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MPW를 운영해 팹리스를 지원한다.
<2022년 파운드리별 MPW 수요>
<2022년 MPW 수요 및 활용 시기>
자료=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