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디지털 전환과 안전 강화 등 학교 행정 전문성 강화가 시급한 가운데, 상당수 업무들이 교원에서 행정직으로 체계적 기반 없이 이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원 업무 경감 차원에서 학교 업무 재구조화가 이뤄지다보니 업무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업무 떠넘기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업무 재구조화 방침을 확정하고 시범학교 공모에 나섰으며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교원에서 행정직으로 이관키로 한 업무는 20개 분야다. 강사채용, 교과서 주문, 정보화 기자재 관리, 시스템 권한 부여, 각종 안전 훈련, 수업시간표 작성 등 다양하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다른 업무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키로 한 것이다. 행정실 직원들이 크게 반대하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별 2명씩 추가 실무인원을 배정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거론된 업무들의 상당수가 전문성을 요한다는 점이다. 교원이 맡을 업무가 아니라고 해도 학교 예산을 짜고 교원 월급 산정이나 각종공사비 기안을 짜온 행정실 직원에게도 적합하지 않은 업무가 상당수다. 스마트 교육을 위한 정보화 기자재 관리, 정보보호 총괄 업무, 정보보호 교직원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행정직으로 이관을 한다고해도 정보화 시스템이나 안전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키워야 하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부족하다.
일례로 수십년 동안 학교 내 네트워크가 업그레이드돼 왔지만 네트워크나 전산 시설에 대해 무지한 교사가 전담하면서 설계부터 운영까지 방치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보보호나 저작권을 비롯해 윤리 문제들도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는 업무다.
최근에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교내 디지털 인프라 관리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 시설 관리와 안전 훈련도 전문성을 요한다.
이 때문에 행정실로 업무를 이관한다고 해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러한 업무를 맡을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교원 단체들 업무 경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니 체계적인 전환이나 이관보다는 업무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
오재형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 행정실은 1~4명 수준 소수로 꾸려져있는데 학교 관련 업무가 신설될 때마다 마구잡이식으로 업무가 이관되고 있다”며 “대학 사무국이나 행정본부처럼 체계적인 행정사무를 수행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관하는 업무들은 기존에 교사들도 수행했던 단순 업무들”이라면서 “업무를 맡을 인원들은 단계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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