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국제유가 상승, 설을 앞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1분기 물가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와 물가당국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 및 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를 가장 긴장하게 하는 요인은 유가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하락했던 유가는 다시 치솟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원유 수요 위축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우려가 겹치면서 유가 하락을 제한했다. 우리나라가 주요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2개월 사이 20% 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던 휘발유 가격도 다시 오름세다.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17일 1701원으로 다시 170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기준으로는 1720.7원으로 전일 대비 4.64원 올랐다.
국제유가의 변동은 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5% 상승한 것도 유가의 영향이 컸다. 올해 물가 전망에서도 유가를 80달러로 예측한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0%로, 70달러로 가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를 내다봤다. 유가가 전망치 이상으로 상승하면 이에 따라 연간 물가상승률도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망경로를 상회해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생산자물가도 마찬가지로 치솟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4% 증가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생산자물가는 통상적으로 1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이 때문에 상반기 소비자물가에 대한 압력도 커지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물가 상승률은 17.6%로 집계됐다. 이중 석탄과 원유, 광물 등을 포함한 원재료 수입물가는 42.3% 오르며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54.6% 이후 13년 만에 최대로 상승했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정부 지출 증가 등 정책적 요인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내놓은 14조원 규모 추경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35조원 혹은 그 이상을 언급 중이다.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난제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화상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올해 전세계 경제 전망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를 장애물로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병목현상이 지속되거나 농산물 작황 부진, 구제역과 같은 가축 감염병이 예상하지 못하게 발생하면 물가가 높게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이 물가에 소폭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추경 규모 확대에 따른 영향뿐만 아니라 앞으로 추경이 반복될 것 같다는 기대가 형성됨으로 인한 간접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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