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기업의 평균 칩 재고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은 미국 상무부가 작년 150여 반도체 제조·수요 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은 물론 반도체를 사용하는 완성차 및 의료기기 제조사 등에서 총 164건이 제출됐다.
상무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 기업의 칩 평균 재고량은 2019년에 약 40일치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일 미만으로 급락했다. 핵심 산업일수록 보유 재고량이 적었다.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등 핵심 칩 리드타임(주문부터 실제 사용까지 걸리는 납품 기간)은 작년 기준 103~365일로 조사됐다. 과거 84~182일 소요됐던 것을 감안하면 약 두 배 늘어난 것이다.
WSJ는 제조업에서 재고 부족은 생산설비 가동 중단 등 공급망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이 몇 주일 문을 닫으면 미국 내 제조 시설이 멈춰서고 노동자를 일시 해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무부는 지난해 반도체 칩 수요가 2019년보다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이 같은 수요 급증에 따라 작년 반도체 기업 가동률이 90%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난이 앞으로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로 공급과 수요가 큰 괴리를 보이는 제조 공정을 파악했다며 업계와 협력해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개상에서 판매한 반도체 칩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지적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칩 수급 불균형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업계 일부의 관측을 전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