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년 차를 맞은 부품업계에 공급망 관리가 핵심 경영 화두로 부상했다. 최근 부품 공급난이 다소 완화한데다 최근 1~2년 새 쌓은 노하우로 공급망관리(SCM) 리스크를 크게 줄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계 전반에서 공급망 다변화, 구매 관리 조직 확대 등으로 공급망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우선 부품이나 소재 구매 패턴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부품과 소재 조달 상황을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게 일상화됐다. 구매 시점도 상당히 앞당겨졌다.
배터리 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A업체는 지난해부터 협력업체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 소재 수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체 할 수 있는 기업 리스트를 확보하는 등 빈틈없는 대응 태세를 확립했다.
A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소재를 공급받는 업체만 관리하거나 스케줄을 확인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협력업체의 협력업체까지 이중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공급망 관리가 무너지면 사업 추진 자체가 가로막히는 걸 경험 뒤에 마련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선구매 시스템을 가동하는 사례도 많다. 부품이나 자재를 필요로 하는 시점보다 훨씬 앞당겨 구매하는 것이다. 특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처럼 공급난이 해소되지 않은 품목은 1년 전 구매해두기도 한다.
국산화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이나 일본발 코로나19 셧다운이 두드러지면서 핵심 부품과 소재를 자체 조달하려는 시도다.
카메라 모듈 내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B업체는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일부 수혜를 입었다. B업체 대표는 “미국 부품을 사용하던 대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급과 물류 차질을 경험하면서 관리가 쉽고 빠른 사후관리(AS)가 가능한 국내업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면서 “한국 업체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관리가 잘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조직 변화도 꾀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은 관련 조직 인원 규모를 키웠다. 공급망 관리 인원을 기존 대비 두 배 늘리거나 조직을 격상시킨 곳도 있었다.
카메라 모듈기업 C사 관계자는 “확실히 예전보다 구매 조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공급망 관리 노력은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전에 구매해둔 자재가 시장 상황 변동으로 재고로 남았을 때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투입과 투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관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