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7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승인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국 이기주의로 인한 결정이라고 규정 지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에 대해 거꾸로 자국 이기주의를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EU의 결정은) 자국 이기주의에 의한 판단”이라며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2019년 3월 본계약이 체결되며 시작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약 3년 만에 무산됐다.
이 회장은 “두 회사 외에도 다수 경쟁자가 존재하고 발주처 우위 시장인 점을 감안할 때 경쟁당국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이 났는데 EU의 불승인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EU 경쟁당국을 상대로 불승인 취소소송 등 법적 다툼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이 회장은 '주인 찾아주기'는 계속하겠다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진행해 오는 3월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주인찾기'부터 산업재편, 새로운 시장중심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모든 가능성은 오픈돼 있다.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고 비조선사나 조선사 등 인수 주체가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주 매각보다 신주 발행 투자 유치를 추진해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2대 주주로 남아 있을 뜻도 내비쳤다. 다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간 자금 4조2000억원 중 2조6000억원을 산은이 부담했다.
조선산업 인수합병(M&A) 불승인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가장 큰 차이는 항공은 90% 고객이 한국 고객”이라며 “대형 항공사와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EU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정위와 외교부에는 “범정부 차원에서 제발 좀 도와달라”며 적극적 자세를 주문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 쪽으로 결론을 모으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 관련해선 “회생계획안에 동의한다고 에디슨모터스 측 사업계획에 동의한다는 점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다”며 에디슨의 인수 계획이 전형적인 차입 매수(LBO)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LBO는 M&A 중 제일 안 좋은 구조”라며 “사업계획성을 보겠지만 에디슨 측이 얼마만큼 돈을 지원하는지, 재무적 투자자(FI)가 얼마나 충실히 들어오는지 등을 면밀히 보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나온 산은 부산 이전 관련해선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지역 유권자 립서비스 차원”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