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통령 정약용' 쓴 윤종록 전 차관 “생명과학입국 선언할 때”

100억명 100세까지 사는 시대 눈앞
18조달러 산업 8% 점유 목표로 해야
"다산의 국가경영 리더십 필요한 때"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화학입국, 1980년대 정보통신입국을 선언했습니다. 한국의 고도성장 바탕이 된 중화학과 정보통신 산업은 이제 거대한 고목이 됐습니다. 새로운 묘목인 생명과학입국을 전면에 내세워야 할 때입니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의료, 제약, 식품 등 세계 생명과학산업 규모는 18조 달러로 정보통신산업의 4배 이상”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정보통신산업에서 약 8% 정도를 점유하는데 생명과학에서는 0.8%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차관은 “적어도 생명과학에서 8% 점유를 목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현 한양대 특훈교수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현 한양대 특훈교수

윤 전 차관은 지난해 소설 '대통령 정약용'을 출간했다. 다산 정약용이 시간을 거슬러 현대로 와 한국 대통령이 된다는 파격적 내용이다. '대통령 정약용'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전인 2월 말께 지상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방영 일정을 조율 중이다.

왜, 지금, 정약용일까? 윤 전 차관은 “대선을 특별히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고 2년여 동안 준비해 쓴 소설”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정약용 선생에 큰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차관은 다산의 외가이자 그의 유배지였던 해남 윤씨 집안 집성촌, 다산초당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사무관으로 공직에 들어설 때 '목민심서'를 독파했고 차관에서 물러나는 날 다산 생가를 찾았다. 다산으로 시작해 다산으로 마무리한 공직이었다.

윤 전 차관은 다산을 교육, 문화, 과학 다방면에 걸쳐 열린 시각으로 개혁을 실천하고 국가 비전을 제시한 '조선의 다빈치'라고 평가했다. 다산의 후원자였던 정조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 근대도 실제 역사와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백년 전 정조와 다산이 보여준 국가 경영 리더십이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전 차관은 “우리 정치권은 과거를 가지고 싸우는 등 대립이 극심한데 다산을 21세기로 모셔온다면 어떤 지혜를 주셨을까? 소설을 통해 상상하고 제안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를 '과거지향'이라고 진단했다. 여야가 서로 과거 흠결을 두고 세력 다툼을 벌이는데 치중하느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비전 제시가 아주 미진하다는 것이다. 산업 인프라는 세계적인데 정치권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쓴 소리다.

윤 전 차관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정보통신으로 5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부국을 이뤘다”면서 “기술로 꼴찌에서 일등까지 국가가 성장하는 것을 본 엔지니어이자 공직자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새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과학과 디지털(인터넷) 공간이 우리나라가 공을 들여야 할 신대륙이라고 점 찍었다.

특히 식품, 의료, 제약, 바이오를 망라한 생명과학은 인류 수명이 늘어나며 무궁한 시장이 펼쳐진다고 내다봤다. 윤 전 차관은 “의대, 약대 정원을 지금보다 30% 늘려 이 인원들을 임상의사가 아닌 의과학자로 만드는 등 생명과학에 올인 수준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화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지를 역모기지로 국가가 매입해 청년들에게 공급하고 스마트 팜(농장) 생태계를 발전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앞으로 100억명이 100세까지 사는 이른바 1조세(1 Trıllıon Man Year)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생명과학 분야가 세계 경제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빨리 태세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차관은 대선을 앞두고 위정자를 뽑는 국민들이 조금 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그는 “지금은 일할 머슴을 뽑는데 정작 (선발 기준인) 스펙이 준비되지 않은 격”이라면서 “스펙을 제시하지 않으니 엉뚱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현재 시대정신을 고려하면 '다산을 닮은 사람이면 국가 지도자로 충분하겠다' 정도의 공감대와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