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연구가 갖고 있는 대체될 수 없는 통찰력에 수학·코딩 등 새로운 기술력이 제대로 융합되면 인문학은 위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 주인이 될 수 있다.”
남호성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수학과 코딩을 가르쳐주는 영문과 교수'로 유명하다. 남 교수는 '낙오자'란 표현에 거침없다. 입시 과정에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된 과거의 자신과 제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남 교수가 이끄는 남즈연구소에 일하는 석·박사 연구원은 대부분 '문과' 출신이다. 35명 중 영어영문학과, 국어국문학과, 교육학과 전공 연구원이 80%다. 모두 남 교수 지도 아래 코딩과 수학을 배웠고 데이터와 코딩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융합인재다. 그는 문과 출신 연구원을 가리켜 '공포의 외인부대'라고 표현했다.
남 교수는 “문과 출신이지만, 컴퓨터공학 전공자과 비교해도 지지 않거나 나은 면이 있다”며 “인문학 지식에 코딩, 수학 능력을 갖춰 창의적 문제 해결방법을 내놓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남즈연구소는 언어 기반 인공지능(AI)기술을 연구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음성소프트웨어기업 미디어젠 산하 연구소로 온라인 쇼핑몰 콜센터, 공항 철도 자동판매기 기반 기술과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국책연구과제로 AI연구를 비롯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남 교수는 코딩과 수학을 앞서 독학한 선구자다. 그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한국통신(KT)과 자동음성인식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하며 '문과생의 좌절'을 경험하고 대학원을 그만뒀다. 1년간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코딩을 공부하고 삼성SDS에 입사했다. 2000년 못다한 음성학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 세계 최고 언어지능 연구소인 예일대 헤스킨스연구소에서 일했다.
2014년 고려대에 돌아와 강단에 선 그를 '패닉'으로 몰고 간 것은 제자의 낮은 취업률이었다.
남 교수는 1호 제자를 데리고 도서관, 카페, 연구실 등을 전전하며 코딩과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내가 먼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가장 효율적 공부방법을 확인해 본 다음에 학생에게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대학원생이 늘면서 남즈(NAMZ)가 만들어졌다. 이후 음성소프트웨어 독자기술 확보를 추진하던 미디어젠 고훈 대표를 만나 투자받고 현재의 연구소로 우뚝 섰다.
남즈연구소는 연구개발과 학습이 경계없이 이뤄진다. 융합교육과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다. 남 교수는 미디어젠 R&D, 각종 솔루션 개발 이외에도 아이스크림미디어 등 교육업체와 영어학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남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과 수학 이야기를 담은 '수학을 읽어드립니다'라는 책을 펴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