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데이터가 국가와 기업 경쟁력이 되고 경제·사회 모든 분야가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한다. 코로나19는 변화를 더욱 가속해 우리의 일상을 비대면 방식으로 바꿔 놓았다. 원격수업, 영상회의, 온라인 공연, 재택근무 등 비대면 일상생활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정부도 급격한 변화 물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정부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비서'로 백신예약 등 정보를 개인이 선택한 민간 앱을 통해 신속하게 안내하고 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국가보조금을 한 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보조금24', 각종 증명서를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문서 형태로 발급받고 원하는 기관에 제출 가능한 '전자증명서', 행정·공공기관이 보유한 나의 데이터를 내려받거나 필요한 기관에 전송할 수 있는 '공공 마이데이터'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지속 발굴해서 제공하고 있다. 국민지원금 지급, 요소수 재고 현황 제공 등 사회적 현안 해결에도 우리의 디지털 역량을 십분 활용하는 등 국민 편의를 높여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다양한 생활편의를 누릴 수 있는 디지털 비대면 시대에서 디지털 신원증명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신원증명은 디지털 세상에서의 신뢰 확보를 위한 핵심 기반이자 디지털 혁신의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IT 리서치 기관 가트너는 '디지털 신원' 없이는 정부의 디지털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에 따르면 디지털 신원증명 분야는 2030년까지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3~6%에 해당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우리의 신원증명 수단인 '신분증'은 여전히 플라스틱 카드 형태에 머물러 있었다. 플라스틱 신분증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은 물론 별도로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위변조 위험, 개인정보 노출 등 문제점도 지속 제기돼 왔다. 정부는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 정부 혁신의 핵심 과제로 '모바일 신분증' 도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에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공무원증'을 발급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점검했다. 개선 사항을 반영해 1월 27일 첫 번째 모바일 신분증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선보였다. 마침내 모바일 신분증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개인 스마트폰에 발급받는 운전면허증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형 신분증이다. 개념적(자기주권 강화), 기술적(분산 신원증명), 형태적(디지털), 활용적(온·오프라인 통합) 측면에서 혁신적인 신원증명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 등 다양한 보안기술을 적용하고,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 1대에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앞서 블록체인 분산신원증명(DID, Decentralized Identity) 기술을 모바일 운전면허증에 접목하여 일부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바일 신분증(전자신분증)보다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으로 국민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측된다. 우선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스마트폰만 휴대하면 별도로 플라스틱 운전면허증을 지니고 다닐 필요가 없다. 신분증 소지에 따른 국민의 생활 불편이 해소되고, 지갑 없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져 공공기관, 금융기관, 렌터카 업체, 공항, 편의점, 여객터미널 등 운전면허증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다. 렌터카 회원 가입 시 온라인 운전 자격 확인, 온라인 민원 신청 시 본인 확인, 무인점포 출입 시 신원 확인 등 다양한 온라인·비대면 서비스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정보만을 제공할 수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할 수 있다. 가령 주류판매점에서는 성인 여부 정보만 제공할 수 있어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까지 노출됨에 따른 불안도 해소될 것이다. 온라인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만큼 이를 활용한 기업의 비대면 혁신 서비스도 다양하게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서울 서부와 대전 운전면허시험장, 이들과 연계된 14개 경찰서 민원실에서 시범 발급을 시행한 후 하반기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국가유공자증을 비롯해 장애인등록증, 청소년증, 외국인등록증 등으로 모바일 신분증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디지털 비대면 시대의 가장 안전한 신뢰 기반으로서 스마트폰에 모바일 신분증만 저장하면 투표장에 갈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투표하고, 인공지능(AI) 스피커로 각종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도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이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여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디지털 전환'은 세계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보다 한발 앞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혁신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모바일 신분증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혁신 역량을 보유하였음을 확인시켜 준 쾌거라 할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 시대 원년인 2022년,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국민의 생활편의 향상은 물론 디지털 전환 기폭제로 작용해 더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고 새로운 일상을 열어 갈 수 있도록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필자〉 19~21대 국회의원에 선출된 전해철 장관은 2020년 12월 24일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된 후 각 지자체와 함께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만전을 기해 왔다. 국민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자치분권, 디지털 정부혁신 등을 추진하며 큰 성과를 냈다. 올해는 국민 일상회복과 지역균형발전,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