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디지털 시민의 성장과 함께하는 게임을 위해

김양은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김양은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2022년은 게임산업과 게임문화 모두 새로운 도약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게임 이용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그간 게임 과몰입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PC게임에서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는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 트렌드는 변화했고, 유튜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게임산업뿐만 아니라 게임문화 발전을 위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는 게임이용자, 게임산업, 게임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환영할 만한 상징적 변화다.

일원화되는 '게임시간 선택제'는 게임이용자가 스스로 게임 이용 시간을 설정하는 자율성에 기반한 제도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청소년과 보호자에 대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실행 등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놀이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기보다는 현재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강제적 셧다운제와 함께 성장한 게임이용자는 성인이 돼도 취미와 놀이로 게임을 즐기고 있고, 부모가 돼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대면 상황에서 게임은 가족 놀이와 소통 도구로 성장하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주장하던 당시 게임이 10대 전유물이었다면 이들이 성장하면서 게임은 여타 다른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이미 대중문화가 됐고, '하는 게임'과 '보는 게임'이 결합한 문화로 성장했다. 최근 게임은 게임이용자가 게임 공간에서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이용자에게 게임은 단지 취미나 여가 수단만이 아니라 e스포츠와 게임창작을 통해 미래 직업과 경제적 수익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말 그대로 게임 공간이 우리 삶의 공간과 닮아 가고 있다.

게임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 공동체 삶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게임이 디지털 사회 문화로 성장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전제하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게임 과몰입 예방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하게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미래 세대가 게임을 통해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동체로 경험을 끌어낼 수 있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 변화도 요구된다. 그간 게임 자체에만 집중해 온 게임 리터러시 개념을 게임 안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정체성과 삶, 게임 공간과 스토리를 구성하고 창조하는 경험, 타인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얻게 되는 공동체 경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포함하도록 확장할 필요가 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게임이용자, 게임산업,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서비스, 특정한 형식이나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하고 창의성 있는 게임 개발과 지원을 위한 정부, 게임업계 노력이 함께 실행돼야 한다. 그러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게임 경험을 통해 성찰적이고 주체성을 갖춘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 가능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양은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arche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