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전기차(BEV)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소폭 증가에 그쳤으나 전기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세계 시장에선 5위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LMC 오토모티브 자료를 기반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전기차 판매 실적 및 시장 동향' 보고서를 7일 발간했다.
작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471만77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남짓 회복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크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8071만2210대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 1위는 중국으로 전년 대비 158% 늘어난 271만7937대가 팔렸다. 유럽은 64% 증가한 128만1449대, 미국은 95% 늘어난 50만5988대로 나타났다. 한국은 10만681대로 115% 증가세를 보였다.
업체별 1위는 테슬라가 차지했다. 테슬라는 92만1642대를 팔아 전년 대비 86% 성장했다. 이어 상하이자동차(61만1023대·160%), 폭스바겐(43만6669대·98%), BYD(33만5257대·173%) 순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24만500대를 판매해 5위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선두 업체 대비 상승률은 낮았다. 2019년 폭스바겐에 밀려 5위로 밀려났다가 2020년 BYD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지만 다시 한 단계 하락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상대적 부진이 영향을 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 모델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만 △아이오닉5 △EV6 △eG80 △GV60 4개 차종을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선 7만1785대를 팔아 테슬라(1만7828대)와 양강 구도를 이뤘다.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은 고가 전기차 판매에 집중했다.
한자연은 올해 전기차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완성차 5사만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GV70 EV' '니로 EV',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한국지엠 '볼트EUV'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자연은 업체별 공급망 관리 역량에 따라 전기차 판매 성과가 엇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이다.
국가별 판매량은 보조금 정책에 따라 상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는 대당 국고 보조금은 줄였지만 전체 예산은 1조9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58.3% 늘렸다.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작년 대비 30% 삭감하고, 일본은 보조금을 최대 80만엔(약 835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양재완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올해도 주요 완성차 기업과 신생 스타트업의 다양한 전기차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며 “가격 경쟁력 있는 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