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톤 입자 제어기술을 개발한 박경덕 교수(뒷줄 왼쪽 첫번째)와 연구팀.](https://img.etnews.com/photonews/2202/1500162_20220207151741_593_0001.jpg)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엑시톤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반도체와 광통신 소자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박경덕 UNIST 물리학과 교수팀은 반도체 소재 속 엑시톤(exciton)을 손실 없이 쉽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엑시톤을 자유롭게 조절하면 차세대 반도체 칩 개발도 앞당길 수 있다.
엑시톤은 절연체나 반도체 소재 안에 생기는 입자다. 전자와 정공이 합쳐진 형태로, 전기적으로 중성이라 소비 전력이 낮고 발열도 없는 차세대 초집적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다. 기존에 반도체 칩 성능을 높이려면 소자를 많이 집적해야 한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전기장 간섭이 생기는데 중성인 엑시톤은 이러한 간섭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엑시톤 입자는 쉽게 소실되는 문제가 있다. 엑시톤 기반 반도체 칩을 만들려면 반도체 소재에 기계적 변형을 가해야 한다. 변형이 충분치 못하면 열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엑시톤 입자는 사라진다. 너무 강한 변형은 소재 자체를 손상시킨다.
![능동형 탐침증가 광발광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2차원 반도체 소재를 정밀하게 눌러 엑시톤 입자의 거동을 조절하는 이미지.](https://img.etnews.com/photonews/2202/1500162_20220207151741_593_0002.jpg)
박 교수팀은 이 문제를 나노 틈새 구조를 갖는 소자(나노 갭 소자)로 해결했다. 나노 갭 소자는 2차원 반도체 소재에 골짜기처럼 나노 틈새를 만든 구조다. 틈새 길이가 수백 나노미터(㎚, 1억분의 1m)로 변형이 충분해 엑시톤 입자 손실은 줄여 주고, 소재 자체는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다.
박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능동형 탐침증가 광발광 나노현미경'으로 2차원 반도체 소재를 정밀하게 눌러 소재 안에 생기는 엑시톤 입자의 거동을 더 효율적으로 조절했다. 박 교수는 “나노 스케일에서 엑시톤 거동 현상을 이론과 실험으로 규명했고, 나아가 기존 엑시톤 입자 제어 연구의 한계였던 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한 성과”라며 “자유자재로 제어 가능한 엑시톤 기반 동적소자는 나노 반도체, 광통신 소자 개발과 성능 향상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톤 입자 제어 기술은 초고속 광통신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연구에서 나노 갭 소자 제작에 주혁 삼성전자 부사장 연구팀과 박형렬 UNIST 물리학과 교수팀, 2차원 반도체 소재 제작에 김기강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팀이 각각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4일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