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과AI 센서를 장착한 마케팅로봇을 만드는 기업 2.

편집자주: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데이터로부터 알아내는 인과추론 작업이 마케팅 시장의 화두로 부상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신중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자신문은 4회에 걸친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인과추론에서 마케팅 로봇까지의 전체 인사이트를 정리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 : 단순AI를 넘어 인과AI의 시대로

2. 마케팅 성과분석의 진화 :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밝히다.

3. 데이터의 무한확장 : AI기반 초개인화 마케팅 시대로

4. 국경 없는 디지털지도를 질주하는 자율마케팅로봇

◆마케팅 성과 분석의 진화: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밝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의사결정은 인과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매출 혹은 이용률 증대를 위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기획할 때, 해당 마케팅이 어떻게 얼마나 경영 성과에 기여할 지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마케팅 완료 후에는 성과 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매출 증대가 이 캠페인 때문이었어?”라는 질문에, 단순히 전월 대비 매출 증가분으로 마케팅의 성과를 주장할 수는 없다. 마케팅 수행 시점이 신학기이거나, 금리인상 발표가 있었거나, 경쟁사가 신제품을 출시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요인에 의한 영향이 동일하게 반영되도록 마케팅 기간 동안의 데이터로부터 마케팅 수행 시와 미 수행 시의 매출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 성과 측정을 위해 통상 사용하는 방법은 A/B 테스트다. 마케팅 대상 고객 중 일부 고객을 랜덤하게 선택해 대조군으로 두고, 두 그룹 간의 매출 차이, 즉 성과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A/B 테스트는 마케팅의 인과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전형적 방법이지만,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마케팅 대상에서 일부 고객을 제외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기회를 잃는 것이고 제외 고객 입장에서도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해당 마케팅의 평균적인 인과 효과는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인지와 같은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기획]인과AI 센서를 장착한 마케팅로봇을 만드는 기업 2.

마케팅 대상 일부를 제외하지 않고도, 마케팅 대상 밖에서 찾아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인과추론 방법은 실험이 쉽지 않은 사회과학 및 의료 분야에서 발전된 통계 기법이다. 실험 대신 관측 데이터를 통해 마치 통제된 랜덤 실험이 진행된 것처럼 시뮬레이션해 인과 효과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992년 미국 뉴저지에서의 최저 임금 상승 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인과추론 활용한 사례가 있다. 해당 연구는 같은 시기 최저임금을 유지했던 인근 펜실베니아 동부 접경 지역의 패스트푸드점에서의 고용 현황을 비교해, 최저임금의 상승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보였다. 두 지역은 주 경계만 다를 뿐 동일한 노동시장 여건을 가지므로, 관측 데이터로부터 대조군을 정의할 수 있고 이에 기반해 인과 효과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과추론 분야 기술은 이미 과거 30여 년 간 연구되어 왔고, 최근에 와서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 이론 및 머신러닝 예측 알고리즘이 결합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과 효과를 추정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인과추론 기반의 마케팅 성과분석은 고객 속성 기준으로 마케팅 대상 고객과 가장 유사한 고객을 대상군 외부에서 찾아 두 고객 간의 마케팅 효과, 즉 매출 차이를 추정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집된 고객 빅데이터에 기반해 마케팅 대상군 외부에서 충분한 대조군 고객을 찾을 수 있고, 이 비대상 고객의 매출 정보를 베이스라인으로 하여 대상 고객의 매출 효과를 추정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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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테스트와 다르게, 인과추론에서는 고객속성에 대한 마케팅 효과 추정 모델을 통해 고객 속성 별 효과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속성 중 연령 및 최근 구매 금액 기준으로 효과를 합산·비교함으로써 마케터는 해당 마케팅의 평균 효과 외에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큰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효과가 큰 고객 순으로 고객을 나열하고, 이를 누적 그래프로 표현할 경우 비용 대비 최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마케팅 대상 규모를 알 수 있으며, 효과가 큰 고객의 공통 속성까지도 추가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획]인과AI 센서를 장착한 마케팅로봇을 만드는 기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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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기존 마케팅 성과 분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프레임워크로서 인과추론 기술을 소개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등 디지털 선도 기업은 수집된 빅데이터로부터 인과 관계를 탐색하고 그 효과를 추정해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인과 추론 기술을 활용·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기업 간 데이터 결합, 마이데이터 서비스, 데이터바우처 사업 등 빅데이터를 수집, 결합 및 가공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빅데이터로부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인과 추론은 빅데이터로부터 인과 관계를 파악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곧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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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진 : 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 오브젠 AI LAB 리더. chanjin.park@obz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