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 등 변화에 대한 대응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여력 부족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져 시급이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먼저 중소기업계는 이른바 '샌드위치 납품구조'를 호소하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는 원료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구매해 생산한 부품을 완성품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총 영업이익(220조원)의 57.2%(126조원)가 0.3%에 불과한 대기업에서 나왔다”며 “소수의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원자재가격변동 및 수급불안정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6.2%가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관계와 불공정거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계약기간 중 주요 원재료 가격이 100분의 3 이상 상승할 경우 계약종료 시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중소기업의 민간분야 제값 받기'라면, 공공분야에선 △최저가 유도조항 폐지 △낙찰하한율 상향 및 신설 △예정가격 산정제도 개선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공공조달 제도가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최저가 입찰 유도로 인해 중소기업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KBIZ중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공공조달 시장에서 저가 계약 관행으로 인해 발행하는 중소기업 손실이 연평균 1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국가계약법상 최저가 원칙을 삭제하는 등 조달시장의 최저가 요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비대면·디지털 전환으로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시장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기업계는 소수 대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독점해 중소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을 플랫폼 중개 거래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할인쿠폰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성' '명확한 지표를 통한 제품 배열' '수수료 구조 등 투명한 정산내역 공개' 등 플랫폼 중개 거래에 요구되는 특수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을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인해 중소상공인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1년)간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소상공인 5곳 중 1곳(20.7%)은 불공정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책정, 일방적인 정산, 경영간섭 등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중소기업계는 또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입점업체 단체 협상권 부여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윤건일 벤처바이오부장(팀장) benyun@etnews.com, 권건호·유근일·조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