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슈퍼박테리아 퇴치 원리 발견...신개념 항생제 토대 제시

독소 단백질 PemK와 항독소 단백질 PemI의 결합 모드. 사진=이봉진 서울대 교수
독소 단백질 PemK와 항독소 단백질 PemI의 결합 모드. 사진=이봉진 서울대 교수

국내 연구진이 패혈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외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에 대한 신규 항생제 개발 단서를 발견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이봉진 서울대 교수, 이상재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 김도희 제주대 교수, 강성민 덕성여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새로운 독소-항독소 단백질 삼차원 구조를 규명 및 해석해 독소 활성화를 통한 병원균 사멸 유도 원리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포도상구균, 결핵균 등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정체되면서 다제 항생제 내성 결핵균에 대한 신규 항생제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그람 양성균인 포도상구균 유래 독소 단백질인 PemK와 독소-항독소 결합체 단백질인 PemIK의 삼차원 구조를 X선-결정학법을 이용해 해석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항독소 단백질 PemI가 독소 단백질 PemK 일부 구조를 모방하는 독특한 작용을 이용해 상호 결합함을 관찰했다.

또 생물리학 분석을 시행해 독소 단백질 활성화 부위를 확인, 활성 유지를 통해 병원균 전령알엔에이(mRNA)를 분해하는 것을 밝혔다.

두 단백질의 강제적인 결합 방해를 통해 독소 단백질 PemK가 지속적인 독소 활성능을 나타내게 함으로써 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을 사멸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두 단백질 PemK와 PemI 결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삼차원 구조정보를 밝혔으며, 병원균이 스스로 자멸하게 유도할 수 있는 신개념 항생제 설계의 토대를 제시했다.

이봉진 교수는 “연구 결과물을 활용해 구조기반 약물 설계법을 이용한 빠른 약물 개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며 “슈퍼박테리아 중 빠른 대처가 필요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뿐만 아니라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에 대처할 수 있는 약물 설계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5개국만 보유하고 있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실온 상태의 약물 결합 단백질 연구와 항생제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기본연구 및 중견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액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10일 게재됐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