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촉매로 각광받는 단원자 촉매를 간편하게 합성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UNIST(총장 이용훈)는 백종범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용기 안에서 금속 구슬을 충돌시키는 방법(볼 밀링)으로 단원자 촉매를 합성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금속 구슬이 서로 부딪칠 때 떨어져 나온 금속 원자가 지지체에 박혀 단원자 촉매를 만드는 원리다.
'단원자 촉매(Single atom catalysts, SACs)'는 원자 수준의 작은 금속 입자가 지지체에 고정된 형태의 촉매다. 지지체에 고정된 입자를 모두 반응점으로 쓸 수 있어 덩어리 형태 촉매보다 희귀 금속을 적게 쓰면서도 효율은 높다.
하지만 기존 단원자 촉매 합성법은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유기 오염물이나 유해 가스가 발생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백 교수팀이 개발한 합성법은 용기에 금속 구슬, 질소 가스, 지지체를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된다. 금속 구슬은 서로 강하게 충돌하고 표면이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활성 상태가 된다. 이 때 지지체가 활성화 된 금속을 잡아당겨 금속 원자를 쉽게 떨어져 나오게 만든다. 질소 가스는 금속 원자를 지지체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유기 액체를 쓰는 기존 합성법과 달리 물도 필요 없고, 일산화탄소, 염소 가스 같은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금속 구슬 원료만 바꾸면 다양한 종류의 단원자 촉매를 합성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용기 회전 속도, 지지체 양, 반응시간을 제어해 지지체에 고정되는 금속 양도 조절할 수 있다.
백 교수팀은 철,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을 이용해 실제 단원자 촉매를 합성했다. 합성 촉매의 성능이 기존 값비싼 귀금속 촉매보다 뛰어나 상업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도 확인했다.
촉매는 플라스틱이나 화장품 원료 제조에서 배기가스 저감 장치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촉매를 쓰는 그린수소 생산기술(수전해), 이산화탄소 변환 기술 등이 본격 상용화되면 희귀 금속 수요가 더 늘어나게 된다. 희귀 금속을 적게 쓸 수 있는 단원자 촉매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백종범 교수는 “우리 주변에 흔히 쓰는 볼 밀링의 용도를 바꿔 단순하지만 뛰어난 새로운 촉매 제조법을 개발했다”며 “기존 단원자 촉매 합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향후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