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 오일머니의 역습... '돈이냐 명분이냐!'

거액초청료에 스타 선수 대거 PGA투어 대신 사우디아라비아로 발길
필 미켈슨 공개적으로 PGA투어 저격... 미국 언론 PGA 두둔
오일머니 장전한 SGL의 노림수, PGA투어 스타 선수 지키기 '고민'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아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오일머니의 공격이 매섭다. 지난주 막을 내린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870만 달러)에 나선 세계랭킹 10위 내 선수는 패트릭 캔들레이(미국)가 유일했다. 그 사이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 스타 선수들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은 아시안투어가 거액의 초청료를 건네며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달러)대회로 스타들을 끌어모았다. PGA투어를 넘어서는 스타리그를 꿈꾸는 슈퍼골프리그(SGL, 또는 프리미어골프리그)가 2023년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철옹성 같았던 PGA투어가 위기감이 싹트고 있다.

PGA투어는 유럽은 물론 다른 리그가 범접할 수 없는 막대한 상금을 앞세워 전 세계 프로골프 시장을 주도했다. PGA투어는 지난 시즌 총 4억4845만달러의 시즌 총상금이 뿌려졌다. 이번 시즌은 3415만달러가 늘어난 4억8260만달러 이상 역대 최대 규모 총상금(시즌 총 대회수는 47개)이 걸려있다. 올 시즌 PGA투어 대회당 평균상금은 886만달러에 달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올 시즌 PGA투어 총 상금은 5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단일 대회로는 역대 최대인 2000만달러의 대회 총상금을 내걸면서 특급 대회의 총상금 증액 경쟁에 불이 붙었다. 4대 메이저 대회가 상금 증액에 나선다면 5억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뛰는 놈 위 나는 놈. '쩐의 전쟁' 승자는?

돈으로는 적수가 없을 것 같던 PGA투어가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SGL이 내년부터 연간 18개 대회에 시즌 총상금 3억6000만 달러를 내걸고 PGA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총 상금 규모로는 적지만 대회 당 평균 총상금에선 SGL이 압도적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2000만달러 대회 총상금이 SGL에서는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SGL의 뒷배는 든든한 오일머니다. SGL 초대 커미셔너로 취임한 그렉 노먼(호주)이 PIF가 주도하는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겸하고 있다.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이 막대한 초청료를 건네며 스타선수들을 PGA투어 대회가 아닌 아시안투어 대회로 끌어모은 것 역시 본격적인 SGL 출범 전 PGA투어 흔들기의 일환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PGA투어의 아성을 넘어서려는 SGL이 '주공'을 시작하기 전 '조공'으로 아시안투어를 내세운 것이라는 주장이다. LIV 골프인베스트먼트는 지난 해 아시안투어에 2억달러 투자를 발표했고 이번 대회는 그 투자를 바탕으로 치러진 대회다.

선수간 의견 대립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PGA투어 스타 선수 중 한 명인 필 미켈슨(미국)은 공개적으로 PGA투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켈슨은 “PGA투어의 탐욕이 역겹다”며 “PGA투어가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선수가 가져야 할 미디어 권리를 PGA투어가 챙기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미켈슨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SNS를 통해 “내가 미켈슨이라면 '욕심'이라는 단어는 안 쓸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돈의 무게에 무게감이 쏠리는 분위기다.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대부분은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SGL로부터 거액의 계약금을 제안받았고 지난주 PGA투어 대신 PIF가 주최하는 이사안투어 대회를 선택했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