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집적회로(IC)카드 독자 표준인 'KLSC(코리아로컬스마트카드)' 상륙이 임박했다. 글로벌 카드사에 로열티를 내지 않는 IC카드가 나오면서 애플페이 국내 진출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LSC 도입을 위해 카드사들이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애플페이가 한국형 IC카드 표준을 이용해 진출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일본의 NFC 규격 '펠리카' 사례를 들어 애플이 예외적으로 한국형 IC카드 표준을 채택해 애플페이를 연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애플은 일본에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표준이 아닌 소니가 주도하는 NFC 표준 펠리카를 이용하도록 했다. 이는 일본 내 50%를 상회하는 아이폰 고객을 애플페이로 유입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일본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중 아이폰은 전체 기종에서 52.6%를 차지했다.
애플이 애플페이 관련 국내 진출을 타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애플은 국내 카드사와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 협상을 했지만, NFC단말기 비용 부담, 펌웨어 업그레이드 투자 주체, 수수료 협의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중단됐다.
KLSC는 한국형 IC카드 표준으로 한국형 모바일근거리무선통신(NFC) 규격인 '저스터치'와도 호환된다. 전국 편의점, 카페 등 비치된 기존 NFC단말기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펠리카와 동일하게 NFC단말기 하드웨어 사양인 국제 온라인 카드 결제 기술 표준(EMVCo) 사양을 따르고, 해외 로열티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카드업계는 KLSC를 통해 애플페이가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 대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펠리카와 달리 KLSC의 경우 국내 전용 카드에만 탑재된다. 통상 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탑재된 해외 겸용 카드에는 KLSC가 들어가지 않는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20%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KLSC 점유율은 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NFC단말기 보급과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 문제도 있다. NFC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전국 280만개 가맹점 가운데 약 3만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수 가맹점에 NFC단말기를 도입하기 위해선 대당 10만~15만원, 여기에 펌웨어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하면 업계 부담은 더 커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일본처럼 예외를 둬 KLSC를 이용한다 해도 한정된 시장, 추가 비용 등으로 정작 나설 카드사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소비자 기대를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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