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오는 14일 2기 첫 정례회의를 갖는다. 2기는 지배구조 개편을 최우선 목표로 준법경영 안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을 마지막으로 대외 활동을 자제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기 출범에 맞춰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삼성준법위는 2기 첫 정례회의에서 이찬희 신임 위원장 주재로 위원회 방향과 핵심 미션을 공유하고 지배구조 개선 등 주요 현안 논의 계획을 점검한다.
삼성준법위는 2020년 2월 삼성그룹 준법·윤리 경영을 위한 독립 기구로 출범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외부 인사 6인이 위원을 맡았다. 지난 달 18일 정례회의를 끝으로 1기 활동을 마무리하고,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2기 위원장으로 선임해 이달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1기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철폐,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을 이끌어냈고 오너 리스크 재발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2기는 연속선상에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재편, 감시방안, 준법경영 시스템 안착 등 지배구조 개편에 총력을 기울인다.
실제 이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일 것”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첫 정례회의에서는 통상적인 내부거래나 최고경영진 준법의무 위반 신고 접수 건을 공유하되 위원회 운영 방향과 정체성 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기 위원회에서 의결했던 보고서를 활용한 최고경영진 준법의무 위반 방지 시스템 강화는 물론 삼성이 보스턴컨설팅그룹을 통해 수행 중인 지배구조 개선 등 컨설팅 내용도 함께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준법위 관계자는 “정례회의인 만큼 상견례가 아닌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와 토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면서 “2기 활동 핵심 중 하나인 지배구조 개선 등 폭넓은 내용이 논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2기 위원 간 만남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준법위와 만남을 정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1월에는 준법위 임시회의에 앞서 1시간가량 위원들과 면담했다. 같은 해 8월 가석방 이후에는 정례회의 참석이나 준법위원과 면담은 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이 취임 후 이른 시간 내 이 부회장과 만나겠다고 한 만큼 정례회의에 앞서 짧은 면담을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씩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데다 코로나 영향 등으로 대외활동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여러 차례 준법위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준법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