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UX)은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에서 특정 대상과 상호작용을 통해 얻게 되는 총체적 경험이다. 감각적 경험보다 고차원적 감성적 경험, 제품·서비스 경험, 브랜드 경험, 사회적 경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공받는 제품·서비스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이처럼 UX 성과는 다양한 형태로 확인되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 듯하다.
세계적 기업은 성공적인 UX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제품의 요소를 필수(Must-have), 부가(More is better), 그리고 매력(Attractive) 요소로 구분한다. 필수요소는 없으면안되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소를 의미한다. 부가요소는 없어도 그만이나 있으면 좋은 요소를 의미한다. 그리고 매력요소는 그것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매력적 요소를 의미한다.
스마트폰으로 이를 설명해 보면, 스마트폰 출시 이전 휴대폰 필수요소는 전화하기, 문자 메시지 보내기, MP3 음악듣기, DMB 시청하기, 카메라로 사진찍기 등이었다. 이러한 요소가 없는 모바일 폰을 사용자는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바일 폰의 부가요소에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스케줄러, MS 모바일 오피스, 인터넷 브라우저, 동영상 콘텐츠 보기가 있었다. 이러한 부가요소는 있으면 좋지만 사용자가 휴대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출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멀티 터치 인터랙션, 앱스토어를 이용한 앱 다운로드와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매력요소를 제공했고, 그 결과 스마트폰을 대중화시켰다. 이처럼 매력요소는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용 편의성이 나빠지면 필수요소 만족도는 매력요소나 부가요소에 비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아이폰4가 출시됐을 때 수신율 저하 논쟁이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얇은 디자인을 위해 수신율 저하 문제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전화기 내부에 있던 안테나를 밖으로 꺼내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테두리를 안테나로 사용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폰 좌측 하단을 사용자가 누르면 두 부분이 접촉하면서 수신율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수신 불량 문제를 제기한 한 사용자의 이메일에 '쥐는 방법을 바꿔보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기기 왼쪽 아래 테두리 부분을 손으로 감싸 쥐면서 금속 덮개의 검은 띠 부분을 가려서는 안된다고 사용자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왼손으로 아이폰을 잡고 통화를 할 때 자연스럽게 아이폰의 좌측 하단이 눌리므로 폰을 다르게 잡으라는 애플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필수요소의 사용 편의성을 좋게 하더라도 사용자 만족도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모바일 폰의 수신율이 좋지 않을 때는 문제가 되지만 수신율이 좋다고 사용자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용자는 모바일 폰의 수신율이 좋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력요소의 경우에는 사용 편의성이 낮아도 다른 두 요소에 비해 비교적 높은 사용자 만족도를 얻는다. 이는 매력요소가 전체적인 사용자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UX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때 매력요소였던 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필수 혹은 부가요소로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폰으로 MP3를 듣는다는 것이 한때는 매력요소였으나 지금은 MP3 기능이 없으면 이상할 정도가 됐다. 즉, 과거에 매력요소였던 MP3가 지금은 필수요소가 됐다.
그러한 까닭에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매력요소를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그 결과 기능이 많아지면서 제품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다. UX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이러한 복잡성을 관리하는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