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카드사가 고배당을 추진해 눈총을 받고 있다. 카드론 등 이자 이익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지만 수조원 정부 재원이 투입된 재난지원금 등으로 발생한 매출 효과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정부 재원으로 득을 본 카드사가 고배당으로 실적잔치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 실적에 따라 현금 배당을 확정했다.
KB국민카드는 보통주에 대해 주당 2718원의 현금을 배당하기로 했다. 총배당금으로 배정된 금액만 2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총배당금(2000억원)보다 25%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보통주 주당 224원, 총배당금으로 401억원을 책정했다. 우리카드가 배당을 실시한 것은 2013년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이래 처음이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68.5% 늘어난 1997억원이다. 이는 매출 등 전체 취급액이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이유다.
이미 지난달 배당을 확정한 삼성카드는 보통주 주당 2300원의 현금을 배당하기로 했다. 삼성카드가 책정한 총배당금은 245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 늘었다.
신한카드 배당금은 다소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최근 보통주 주당 2693원 수준으로 현금 배당을 하기로 했다. 총배당금은 3376억원으로 전년(3942억원)보다 줄었지만 금액은 상당한 규모를 유지했다.
현대카드만이 배당을 잠정 보류했다.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현대카드 설명이다. 다만 대외 환경 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중 중간배당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출이 최근 늘고 있고, 대출 만기 연장 유예 종료 등 대외 환경을 고려해 배당을 유보하기로 했다”면서 “이르면 상반기에 중간배당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고배당 결정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카드사가 업황 악화에도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이자 이익이 늘면서 전체 실적이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지난해 정부 재정 지원 등으로 매출에서 상당한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5차 재난지원금으로 책정된 금액만 각각 14조3000억원, 11조원이다. 국민 대부분이 손쉽게 신청·사용 가능한 신용카드 비중이 컸던 만큼 단순 추산으로 카드사 매출이 20조원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1타3만 체육쿠폰' '정부 소비쿠폰' 등 부가적인 지원 등을 포함하면 재원 투입은 더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서비스업, 여행업 등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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