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9곳, 새 정부에 '규제정비' '이해갈등 조정' 최우선 요청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이 새 정부 규제개혁 과제로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갈등 조정'을 꼽았다. 새 정부 규제개혁 전망으로는 기업 절반 가까이가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을 조사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기업이 바라는 규제정책 과제
기업이 바라는 규제정책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규제개혁 과제에 응답 기업 94.7%가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갈등 조정'을 꼽았다. 낡은 법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법제도 개선을 어렵게 하는 이해갈등 역시 기업 혁신과 변화를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부 규제영향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총량 관리 강화'(93.3%), '민간 자율규제 확대'(83.7%) 등도 중요 과제로 언급됐다.

바람직한 규제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8.7%, '법을 잘 지키는 모범기업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3.7%로 나타났다. '현행 유지·강화' 응답은 17.6%에 그쳤다.

분야별 규제개혁 과제로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위해 관련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44.7%로 가장 많았고, '노사 자율협의 영역 확대'(35.3%), '법상 과도한 형벌제재 합리화'(20%)가 뒤를 이었다.

바람직한 규제정책 방향
바람직한 규제정책 방향

환경 분야는 의무사항 준수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규제준수를 유인해야 한다'는 응답이 69.3%로, '처벌을 통해 규제를 강제해야 한다'(30.7%)는 응답보다 많았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근로자도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행정체계를 사후처벌에서 예방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도 40%에 달했다.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부담과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응답기업 48.7%가 '신산업신시장 분야에 한해 완화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쟁국에 없는 규제 조항의 전면개정'(43%)이 두 번째로 많았다.

기업은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로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규제만능주의'(42.3%)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이해관계 갈등'(22%),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공감대 부족'(21%), '공무원 소극행정'(14.7%) 순이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 규제환경 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기대감 없다'는 응답이 절반(42.7%)에 가까웠다. 기업은 규제개혁 추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력조직 등 시스템 개선'(42.7%)을 첫손에 꼽았다. 규제개혁 관련 인력확보와 전담조직 권한 강화 등 전반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규제개혁 공감대 형성'(25.0%), '강력한 규제개혁 리더십'(20.0%), '적극행정 활성화'(12.3%) 등이 규제개혁 추진의 중요 요소로 꼽혔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장은 “차기정부 출범이 다가올수록 새로운 규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것”이라면서 “규제환경이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기업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