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은 전통적으로 은행에만 허용된 업무였다. 해외에서 핀테크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송금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기획재정부는 2017년 '소액외화이체업'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상당수 핀테크 기업이 해외송금 서비스에 참여하는 근간이 됐다.
은행 외국환 업무를 일부 위탁받아 수탁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외화이체업 외에 비금융사가 은행과 협약 없이 독자적으로 외국환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소액해외송금업 도입도 해외송금 핀테크 시장이 성장하는데 주효했다.
한패스는 2017년 2월 설립 후 같은 해 11월 기획재정부 소액해외송금업을 인가받아 해외송금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9년 2월 모바일 해외송금·결제 서비스 '한패스'(HANPASS) 앱을 출시했다.
2020년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해외송금업체에 대한 송금중개서비스'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한패스의 혁신금융서비스는 소액해외송금업자가 자신의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소액해외송금업자의 송금을 중개하는 모델이다. 소액송금중개업을 도입해 특정국에 협력사가 없는 소액송금업자가 다른 소액송금업자의 해외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외국환 거래규정 개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제도 개선과 핀테크 활성화 의지에 힘입어 한패스는 2020년 4분기 기준 누적거래액 1조700억원을 돌파했다. 누적송금건수 220만건, 송금 가능국가 200개국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패스 창업 후 국내 해외송금·결제 서비스 선두라는 탄탄한 입지를 다진 김경훈 한패스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 부장
-한패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상당히 가파르게 성장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와 성장 배경이 궁금하다.
▲한패스 설립 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대상으로 해외 특송·배송을 하는 무역업에 종사했다. 2013년께 LBC라는 필리핀 물류기업을 살펴보니 직접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필리핀이 상당한 규모로 해외에 인력공급을 하다 보니 해외 노동자가 자국으로 송금하는 수요가 상당했다. 물류회사지만 은행보다 영업점이 훨씬 많을 정도여서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대형 핀테크 사업자가 등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금융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시작되고 있어 국내도 이와 유사한 시장 성장이 시간 문제라고 판단해 한패스를 창업하게 됐다.
한패스 창업 후에는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전폭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책 변화 수혜를 입었다.
2017년 기획재정부의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3개월 후부터 네팔,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9년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유럽, 중국 등 50개 국가 대상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천공항 환전 서비스, 삼성페이 서비스, 미래에셋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서비스 등 주요 기업과 활발히 제휴하면서 한패스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세계 200여개국의 현지 거주 교민과 유학생,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는 삼성페이와 미래에셋에 임베디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한패스 독자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해외송금·결제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한패스가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핀테크의 해외송금·결제 서비스는 기존 은행이 제공해온 높은 수수료, 느린 송금시간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한패스는 기존 해외송금·결제서비스의 본질적 문제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서비스 개선과 품질 향상을 위한 해결책을 서비스로 제시해 사용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한패스는 은행 대비 최대 90% 송금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환전수수료가 최대 1~2% 이상 발생하고 송금은 건당 최소 30~50달러 수준 고정비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해외결제는 환거래(FX)와 브랜드 수수료가 포함되는데 이를 50~90%까지 절감했다.
느린 송금·결제 처리속도도 개선했다. 송금은 국가에 따라 2~4일 이상 걸려 확인이 어려웠는데 이를 5분 이내로 단축했다. 결제는 1일 이내로 줄였다.
200개 이상 국가 채널로 송금·결제를 지원하고 다양한 수취·결제옵션을 제공해 접근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특히 한패스는 50명 규모의 본사 직영 CS센터를 운영한다. 19개국 언어로 24시간 지원하는 다국어 CS센터를 운영해 다양한 국가별 언어지원이 부족한 단점을 한패스만의 강점으로 차별화했다.
송금 외에 해외결제서비스 중 재정산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패스 고객사인 틱톡의 경우 1일 거래건을 보면 초당 5건, 일 평균 수만건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이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한패스 시스템의 강점이 바탕이 됐다.
기존 해외송금 핀테크에 더해 빅테크도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한패스와는 전략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빅테크는 주로 메신저나 포털 플랫폼 중심이어서 내국인에 특화한 국내용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국내 거주 외국인 대다수는 국내 빅테크 플랫폼을 잘 알지 못한다. 자국에서 인기있는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 또 하나의 작은 지구촌이 있는 것과 같다. 결국 국내 기업이 아닌 현지 핀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어서 국내 빅테크는 한패스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한패스는 누구보다 이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국가별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세분화·차별화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것이 한패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세분화·차별화 전략이 궁금하다.
▲한패스에 2021년은 '국경없는 금융의 시작' 준비를 마친 해였다. 해외 주요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외환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과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송금과 관련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핵심 서비스인 송금 외에 고객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결제를 출시했고 비자카드 외에 올 상반기 마스터카드, 연내 차이나유니온페이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선불충전카드까지 확대하면 QR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영역까지 한패스가 포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한패스의 모바일 전자지갑 '한패스페이 월렛' 앱에서는 QR결제, 간편한 선불충전지갑, 국내외 송금서비스, ATM 입출금과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입출금 기능과 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거주 외국인이 제로페이 망을 이용해 간편하게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학생, 직장이 일정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등 사실상 신용카드 발급과 은행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에게 제로페이를 이용한 모바일 QR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금융 서비스와 생활편의 서비스 2개 축으로 한패스 플랫폼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앞서 설명한 제로페이를 이용한 QR결제, 제휴방식 선불충전카드가 대표적인 생활금융 서비스다.
PG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기업송금시장 점유율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개인 간 거래 외에 개인과 법인 간 송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패스 고객사인 틱톡이 대표적이다. 개인이 틱톡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틱톡은 관련 수익을 개인에게 정산해준다. 대금을 주고받는 수출입 기업이 외환거래에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생활편의 서비스는 올해 대출, 보험 가입, 통신, 쇼핑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한패스는 해외 구매자가 국내 인터넷몰에서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한마켓', 별도 약정없이 통신사 유심을 선불 충전하는 선불폰 충전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금융 서비스와 생활편의 서비스 두 축을 기반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과 해외 교민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으려고 한다. 세계에서 27억명이 은행 계좌가 없다고 한다. 이들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다. 글로벌 페이먼트 기업을 목표로 세계 27억명 고객 대상 월렛 중심 웹3.0 시대를 열어가고 싶다.
-올해 주로 어떤 국가를 공략할 계획인가.
▲한국과 현지 간 거래량이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강화하려고 한다. 앞으로 미국, 호주, 싱가포르, 더 나아가 캐나다까지 진출하려고 한다. 양방향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이들 주요 국가 중심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현지 거주 외국인이 상당하다. 한패스 본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이 많은데 이들이 해외로 진출해 사업을 이끌어보려고 한다. 상징적으로 미국과 호주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고 싶다.
현재 103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업자와 비정규직은 70명 정도다. 아르바이트 근무자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했다. 매출 대비 직원이 많은 편인데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대로 서비스하려면 국가마다 최소 3~4명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임직원이 합심한 결과 매년 매출이 두 배가량 성장하고 있다.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눈앞에 뒀고 계획한 사업도 모두 실행해 성장 그래프가 긍정적이다.
이 영향으로 기업가치도 많이 높아졌다. 시리즈A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120억원이었는데 최근에 1200억원 밸류에이션을 책정받았다.
◇김경훈 한패스 대표는…
김경훈 한패스 대표는 2017년 소액 해외송금기업 한패스를 창업했다. 미국 웨스턴유니온과 제휴해 국내 핀테크 중 가장 많은 200여개 국가 대상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송금에 이어 전자지갑 기반 선불충전카드와 QR결제를 이용한 국내외 결제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경영자이지만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대학에서 스포츠학부를 졸업하고 부동산 시행사에서 일했다. 이후 구매대행, 글로벌 물류, 필리핀 물류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한패스를 설립했다. 현재 한패스 관련 계열사로 한마켓(이커머스), 한비즈(기업송금), 한패스로지스틱스(물류)가 있다.
스포츠 전공자답게 김 대표는 여전히 스포츠를 사랑하고 모험을 즐긴다. '도전'과 '혁신'을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꼽았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혁신이라고 믿고 있다. 혁신을 이루면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기에 계속 도전하고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리=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