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홈쇼핑 4사 영업익 급감…'탈TV' 가속화

홈쇼핑 업계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비대면 소비 특수 효과가 줄고 송출수수료 타격도 컸다. 매출 정체 속에 송출수수료가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각 홈쇼핑사는 본업인 TV홈쇼핑 산업 하락세와 수익 악화에 대응해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주력한다.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신성장 동력을 개척하고 모바일 중심 소비 환경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

◇TV홈쇼핑 4사 영업이익 20%↓

TV홈쇼핑 방송 화면
TV홈쇼핑 방송 화면

GS·CJ·롯데·현대홈쇼핑의 2021년 합산 영업이익은 4919억원으로 전년대비 20.4% 급감했다. 합산 매출액은 1.2% 줄어든 4조7889억원, 취급고는 1.1% 늘어난 17조1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쇼핑 환경이 e커머스를 중심으로 모바일로 급변하면서 TV를 매개로 한 홈쇼핑의 성장 엔진이 멈춘 탓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3% 줄며 수익 하락폭이 가장 컸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주요 실적지표인 취급고뿐 아니라 매출과 영업익 모두 역신장했다. CJ온스타일 취급고는 2.4% 감소한 3조7872억원, 현대홈쇼핑은 0.4% 감소한 4조255억원이다. GS홈쇼핑과 롯데홈쇼핑 역시 외형은 커졌지만 실적은 악화됐다. 양사의 지난해 취급고는 각각 2.2%, 4.4% 늘었지만, 영업익은 13.9%, 18.5% 줄었다.

[스페셜리포트]홈쇼핑 4사 영업익 급감…'탈TV' 가속화

영업이익 하락의 주된 원인은 송출수수료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지난해 홈쇼핑사가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방송 판매를 통해 거둔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다. 송출수수료는 지난 10년간 네 배 늘었다. 매년 평균 15%씩 상승했다. 반면에 취급고 대비 영업이익률은 6%대에서 지난해 2.8%로 반토막 났다.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이 악화된 것이다.

◇올해 디지털 전환·신사업 투자 확대

GS홈쇼핑 GS샵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샤피라이브
GS홈쇼핑 GS샵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샤피라이브

홈쇼핑 업계는 올해 TV를 벗어나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송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와 단독 브랜드를 통한 상품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디지털 채널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탈(脫)TV 전략'의 가시적 성과도 냈다. 지난해 전체 취급고는 줄었지만 디지털 취급고는 3.6% 성장한 2조296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6%로 전년대비 3.1%포인트(P) 늘었다.

차별화 상품도 강화한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패션 취급고는 자체 브랜드(PB)에 힘입어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라이선스 브랜드 독자 사업화를 추진하고 모바일 상품군도 강화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한다. 전략적 직접투자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벤처캐피털(VC) 펀드 출자 등 간접 투자도 병행한다. 핵심 카테고리에 대한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350억원 가까이 늘린다는 목표다.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도 올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 힘을 싣는다. TV홈쇼핑 사업자로 쌓아 온 방송 노하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콘텐츠 차별화를 모색한다. GS홈쇼핑은 합병한 GS리테일 편의점·디지털 상품을 라이브커머스 콘텐츠로 활용해 시너지를 제고한다. 라이브커머스 제작 대행 서비스인 '문래라이브' 사업도 강화한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미디어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을 새로 설립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 발굴하고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조직이다.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 전용 상품, 맞춤형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쇼핑라이브를 TV홈쇼핑·T커머스·온라인몰에 버금가는 제4의 채널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가상모델 루시
롯데홈쇼핑 가상모델 루시

롯데홈쇼핑은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와 NFT 사업을 낙점했다. 단기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 자체 콘텐츠 개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사업부문 내 신기술과 서비스 도입을 맡은 메타버스 전담팀도 구성했다.

오는 4월에는 모바일 NFT마켓플레이스를 선보인다. 가상패션과 예술품 등을 NFT 콘텐츠로 판매한다. 이를 위해 가상 의류 브랜드 'LOV-F'를 론칭했다. 내년에는 메타버스 통합 플랫폼도 구축한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향후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콘텐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홈쇼핑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 미디어 커머스 회사로 도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