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르포>AI 교육 현장 가보니…초등학생도 손쉽게 AI 활용

#교사가 여러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사람 얼굴에는 프로그램이 인식을 한 듯 사각형 프레임이 그려졌는데, 흑인은 빠져있다. 인공지능(AI)이 흑인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학생들은 AI가 잘못 학습했을 때 어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AI가 색깔을 구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훈련시키고 있다. 핑크색 펜을 카메라 앞에 가져다대니 AI가 핑크라고 답했다.
학생들이 AI가 색깔을 구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훈련시키고 있다. 핑크색 펜을 카메라 앞에 가져다대니 AI가 핑크라고 답했다.

AI 선도학교인 대전오류초 6학년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AI를 배웠다. 이를 통해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AI를 어떻게 훈련시키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알게 됐다.

지난 9일 기자가 참관한 AI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자유자재로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날은 6학년 1반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1년 동안 팀 과제로 만든 모형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날이었다.

한 팀은 불법촬영을 막기 위한 AI 화장실을 고안했다. 여학생이 카메라를 장착한 종이 상자 앞에 서자 'O' 사인과 함께 박스 안 소형 차단기가 내려갔다. 남녀를 구별해 문을 열어주는 화장실을 종이 상자로 구현해 본 것이다. 또 다른 팀은 썩은 음식과 싱싱한 음식을 구별하는 AI 냉장고 모형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사진만으로 남녀를 구분하거나 음식을 구별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학생들이 종이상자로 남녀를 구분하는 화장실 모형을 만들었다. 여학생이 앞에 서니 차단기가 저절로 올라갔다.
학생들이 종이상자로 남녀를 구분하는 화장실 모형을 만들었다. 여학생이 앞에 서니 차단기가 저절로 올라갔다.

학생들은 간단한 코딩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입력해 AI를 훈련시켜보니 AI가 분류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말로만 듣던 AI를 직접 활용해보니 AI가 더 이상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최여은 학생은 “AI라는 새로운 것을 배워서 어렵기는 했지만, 흥미가 생겼다. 중학교에 가서도 계속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류초 학생들은 1년 동안 만든 창작물 발표 전에는 데이터를 잘못 입력했을 때 AI가 어떤 오류를 낼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AI가 잉어 사진을 합성했는데, 잉어라고 분류한 사진 중 상당수가 사람의 손가락이 들어있는 오류를 냈다. 잉어를 잡고 있는 사람의 손가락을 AI가 잉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등 차별과 오류를 야기하는 결과물도 짚어봤다. 학생들은 AI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심하지 못한 학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반창모 교사는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AI 소양 교육에서 AI 윤리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마우스 모양을 AI로 학습시키는 모습
학생들이 마우스 모양을 AI로 학습시키는 모습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