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RE100을 아시나요?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RE100을 아시나요?” 지난 2월 3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나온 질문이다. 여당 후보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화두로 던진 것이다. 야당 후보의 “알지 못한다”는 답변에 토론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RE100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RE100은 간단하지 않다. 답변자는 모른다고 했지만 질문자도 알고 물었는지 확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라는 뜻이다.(재생에너지 전기, Renewable Electricity를 뜻하기도 한다) 재생에너지로 기업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조달하겠다는 약속이다. RE100은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라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재생에너지 이용 캠페인이다. RE100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국제 협약은 아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가입할 의무가 있거나 준수해야 하는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중요시되는 경영환경에서 RE100은 친환경 기업 경영의 핵심이 되고 있다.

RE100 달성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구글·애플 등 굴지의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이 RE100 회원이며, 현재 351개 기업이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SK하이닉스 를 비롯해 14개 기업이 가입했다. 미국이 90개 기업으로 제일 많다. 일본 65개, 영국 48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산업 분야로는 IT 등 서비스 기업이 131개, 제조 분야가 67개, 운송 분야가 4개 기업이다. 아무래도 소비자에 가깝고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비교적 쉬운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RE100에 가입하면 매년 RE100 추진 계획과 이행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기업이 RE100 이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한 증서 또는 직접 생산해서 자급한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두 번째 기업이 전력망에서 사들인 전기가 무탄소 전원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만약 전력망에서 구입한 전기가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라면 해당 전기만큼은 인정받지 못한다. 이를 만회하려면 재생에너지공급증서(REC)를 추가로 구매해서 화력발전에 의해 전기가 생산됨으로써 발생한 온실가스를 상쇄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두 번째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화력발전의 이용을 줄인다는 의도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쓰든 원자력을 쓰든 전력망에서 공급되는 전기의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면 기업의 REC 추가 구매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원전의 RE100 기여 여부 논란은 RE100 입증을 위한 이 두 번째 방법의 이해에 달려 있다. RE100을 설명하는 자료 어디에도 원자력 전기로 RE100을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은 없다. 오늘날 거의 모든 기업은 여러 가지 발전원이 혼합된 전력망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기업은 RE100 입증을 위해서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망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전력망으로 공급되는 전기에 무탄소 에너지가 많이 이용되면 기업의 RE100 달성은 쉬워진다. 여기에 원전의 전기가 RE100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RE100은 ESG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인 조류로 인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하지만 RE100의 본질적인 목적은 기업 활동의 탄소 제로(0)화에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말미암아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 제로를 달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RE100 이행지침에서도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온실가스 배출을 관리하고 무탄소 에너지원을 이용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RE100이라고 해서 재생에너지만의 전유물로 생각할 것은 아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dwjerng@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