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 칼럼]스타트업에 '벼락부자'란 없다

최근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로 꼽혔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1개월 만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아서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비판 주체는 주로 개미투자자들이다. 자신들의 수익을 마치 회사 임직원이 가로챘다는 논리다. 이에 대선 후보들도 나섰다. 여당 후보는 신규상장 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 제한, 야당 후보는 내부자들의 매도를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각각 내놨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이러한 반응은 스톡옵션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코인, 주식, 부동산으로 한순간에 '벼락부자'가 됐다는 이야기가 화제다. 스톡옵션도 단골 소재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의 호황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 임직원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래서 해당 업계에서는 스톡옵션과 자사주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대 플랫폼 기업과 게임사를 '신의 직장'이라고 부른다.

스톡옵션은 회사 발전에 기여한 소수의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1920년대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회사의 과실을 함께 나누어서 주인의식을 갖게 하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톡옵션 제도를 처음 도입한 1988년 이후 2020년까지 총 4340개 기업에서 6만7468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닷컴버블 논란이었던 2000년에 456건(8337명)으로, 지난 20여년간 가장 많은 스톡옵션이 부여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20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451건(6174명)의 스톡옵션이 부여됐다.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급증, 스타트업의 활성화 분위기 속에 스톡옵션을 우수인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 일반투자자보다 유리한 가격으로 몇 년 후에 일정 수량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만을 부여하는 것이다. 주식매입 자금은 본인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 또한 스톡옵션은 최소한 2년간은 행사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상장하는 기업도 극소수고 주가도 스톡옵션 행사가격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으로 돈을 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톡옵션으로 많은 수익을 얻은 사람에게는 비난과 비판보다 오히려 축하와 찬사가 어울린다. 그들은 결코 벼락부자가 아니다. 오랜 인고의 결과다.

팀 쿡 애플 CEO의 연봉은 300만달러지만 지난해 1200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받았다. 중간 간부 연봉의 1400배가 넘는 금액이다. 스톡옵션과 유사한 '스톡 어워드'로 천문학적 보상을 받았다. 2020년 전 세계 CEO 연봉 1위는 7조6310억원을 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기본연봉은 0달러다. 전액 스톡옵션이다. 선진국의 성과에 대한 보상 규모는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작년 말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와 일부 기업의 모럴해저드 이슈로 이른바 신의 직장에 대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주가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도 해당 업종에 대한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페이 논란 이후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나 매각을 일정 기간 제한하겠다는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고 있다. 스톡옵션 물량은 상장 즉시 행사가 가능하지만 1년 동안 팔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당한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스톡옵션은 1997년 4월부터 개정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면서 급속히 확산됐고, 오늘날 스타트업 붐을 일으키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톡옵션에 의해 소위 벼락부자가 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직원들은 연말이면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는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성과급과 특별보너스 잔치를 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은 이런 '총알'이 많지 않다. 다만 미래에 대한 꿈으로 버티는 것이다. 핵심 인재를 붙들어 둬야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엔 스톡옵션이 거의 유일한 총알이다. 스타트업엔 벼락부자란 없다.

[플랫폼유통 칼럼]스타트업에 '벼락부자'란 없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