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진이 초음파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 실험에서 암 조직 괴사를 확인하고 진단검사에 쓰이는 초음파의 항암의료용 잠재력을 입증했다.
UNIST(총장 이용훈)는 김건 도시환경공학과 교수가 미국 일리노이대(UIUC) 연구진과 공동으로 암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초음파 진동으로 특수 설계한 화학분자(메카노포어)를 원격 자극해 암 조직 내에 발생한 활성산소로 조직을 괴사시키는 원리다.
김 교수팀은 메카노포어를 포함한 하이드로겔을 쥐의 암 조직에 주입한 후 자체 개발한 고강도 집속 초음파에 노출시키자 암세포 증식이 억제되고, 이어 72시간 내에 암 조직이 괴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성과는 초음파에 의해 발생하는 기계적 에너지를 원하는 부위에 필요한 시간만큼 보낼 수 있는 정밀 제어 기술 덕분이다. 이 때 전달 시간을 짧게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전달 시간이 길면 초음파 진동이 마찰열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 HIFU 기반 치료는 마찰열을 활용하는 반면 김 교수팀이 개발한 HIFU 기술은 초음파 진동을 활용한다. 메카노포어 분자도 열에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초음파를 필요한 부위에 집중 전달할 수 있어 암 조직이 괴사할 만큼 충분한 활성산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김건 교수는 “초음파 기술을 건축물 안전 점검이나 의료영상 진단에 국한하지 않고 암 조직 제거에도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광역동 치료와 같은 기존 비수술 의료 기술과 병행해 개복 없이 암을 치료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 교수팀은 살아있는 동물의 체내에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연구를 추가 진행할 계획이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김건 교수팀, 일리노이대와 공동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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